안중근 의사 유해 아직 못찾아…"남북·중·일 공동위 설립필요"

입력 2018-03-26 16:18
안중근 의사 유해 아직 못찾아…"남북·중·일 공동위 설립필요"

뤼순커우 日감옥 순국후 일제가 유해 빼돌려 여전히 '오리무중'

(다롄=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올해로 안중근 의사가 중국 다롄(大連)의 일제 감옥에서 순국한지 108주년째를 맞은 가운데 안 의사 유해를 찾기위해 남북한은 물론 중국, 일본이 참여하는 공동위원회가 설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 현지 안중근 의사 연구단체의 한 관계자는 26일 "한중관계는 물론 남북관계 해빙 분위기가 뚜렷한 지금이 최적기"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안 의사는 1910년 3월26일 다롄 뤼순커우(旅順口) 일본 감옥에서 순국했으나, 안 의사 묘지가 생기면 일제 침략에 맞선 한국과 중국의 성지(聖地)가 될 것을 우려한 일제가 유해를 어디론가 빼돌려 아직 찾지 못한 상태다.

이 관계자는 "안 의사 유해가 현재 감옥박물관으로 사용되는 옛 뤼순감옥 부근 공동묘지의 어딘가에 묻힌 것으로 판단되며 한국 국가보훈처가 2014년 해당 지역에 '지표 투과 레이더'(GPR) 조사를 하도록 중국 측에 요청했으나 3년 반이 지나도록 시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안 의사 유해 찾기에는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 안 의사가 황해도 출신인 관계로 북한이 유해 연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일제 시대 관련 기록물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유해발굴에 관여해온 연구단체와 학자들은 작년 말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이후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한중관계 경색이 해소돼 유해발굴 사업의 외부적 걸림돌이 해소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4월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북한도 전향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작지 않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안 의사 유해발굴은 중국 당국에 명분을 주기 위해서라도 남북한 공동 합의로 추진돼야 한다"면서 "당국이 현재 아파트로 변한 옛 무덤터에 대한 조사시 민원제기 가능성, 군항이 소재한 다롄의 군사적 민감성 등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의사는 사형 집행 전 두 동생에게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뒀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에 묻어 달라"고 유언을 남겼으나, 일제의 음모로 이마저도 실현되지 못했다.

10여년간 안 의사 유해찾기에 노력해온 김월배 하얼빈이공대 교수는 "안 의사 유해찾기에는 남북한, 중국, 일본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가적 협의를 거쳐 남북한·중·일 유해발굴 공동위원회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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