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소비 증가, 무역전쟁 위기땐 오히려 긍정적"

입력 2018-03-26 12:00
"해외소비 증가, 무역전쟁 위기땐 오히려 긍정적"

최근 해외소비 국민소득보다 환율 영향 커…한국 해외소비 중위권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할 땐 해외소비가 한국경제에 오히려 도움을 주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6일 발간한 BOK이슈노트 '해외소비 변동요인 및 경제적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근과 같이 교역 상대국과 무역마찰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해외소비 증가는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를 억제하는 측면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해외소비는 국내 가계가 해외여행, 유학연수에 사용한 지출을 의미한다.

최근 내국인이 해외에서 쓴 돈이 사상 최대를 잇달아 찍는 등 급격히 늘어나 우려를 낳았다. 국내에서 쓸 돈을 해외에서 지출하는 바람에 내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시선에서다.

실제 가계소비 대비 해외소비 비중(실질 기준)은 2000년 2.0%에서 2007년 4.3%, 2017년 1∼3분기 4.4%로 상승했다.

한은은 그러나 환율 변동에 민감한 해외소비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소비는 크게 두 가지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1인당 국민소득 증가, 저가항공사 성장 등 경제 성장에 따라 추세적으로 늘어나는 영향(추세 요인), 실질환율 등 가격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요인(순환 요인)이다.



두 가지 요인이 해외소비에 주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최근 국내에서는 순환 요인이 컸다.

2012년∼2017년 3분기 해외소비 비중은 2011년과 견줘 1.6%포인트 늘었는데, 순환 요인 기여도가 1.4%포인트, 추세 요인이 0.2%포인트로 파악됐다.

경제 구조 변화보다 실질환율 상승 등과 같은 요인이 해외소비를 늘리는 데 더 많은 영향을 줬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환율 변동에 민감한 해외소비는 경상수지 변동 폭, 경기 진폭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상품 수출이 증가하는 때는 상품수지 흑자가 늘고 실질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상승)한다. 이 경우 해외소비가 늘어나면서 서비스수지 적자 폭이 확대, 결국 경상수지 흑자가 과도하게 쌓이는 일을 방지한다. 이는 교역 상대국의 수입 규제 등 무역마찰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가계소비에서 해외소비 비중이 높은 편도 아니라고 밝혔다.

가계소비 대비 해외소비 비중(명목 기준)은 2016년 3.8%로 선진국, 소규모 개방국(3.0%∼4.5%)과 비교해 중간 정도 수준이었다.

가계소비 대비 여행지급액(해외여행, 유학연수, 해외출장 등 포함) 비중(명목 기준)도 4.0%로 분석 대상 42개국 중 21위였다. 전 세계(3.9%), 아시아 국가(4.2%)의 중간값과 비슷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고용, 부가가치 측면에서 볼 때 과도한 해외소비는 역시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소비가 늘어나면서 대체 관계인 국내 여행산업, 교육산업이 위축할 수 있어서다.

여행·교육산업은 고용,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제조업, 다른 서비스업보다 높은 편이다.

제품 수요 1조원이 감소할 때 제조업 고용은 2천명 줄지만 여행, 교육산업은 각각 1만8천명, 1만2천명에 감소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김민수 과장, 양시환 조사역은 "해외소비 비중 증가세는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원화 가치 상승, 저가항공사의 해외노선 확대 영향으로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 여행산업, 교육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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