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뒤흔든 총기규제 학생 시위…미 전역으로 번지나
"이건 시작일뿐, 11월 중간선거에 초점"…라이언 하원의장 고향서도 시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를 주축으로 열린 10대 학생들의 총기규제 촉구 집회 '우리 목숨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이 미 전역으로 확산, 장기전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집회를 주도한 학생들은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며 11월 미 중간선거를 겨냥해 정치적 움직임을 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일부 학생들은 총기규제 법안에 미온적인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고향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기 참사 생존자이자 이번 집회를 주도한 학생들은 집회 다음 날인 25일 CBS 방송에 출연, 정치권에 대한 총기규제 요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캐머런 캐스키는 공격용 소총 'AR-15' 판매 금지, 총기 구매 시 사전 신원 조회 강화 등의 요구사항을 언급하며 "여론조사를 보면 나라 전체가 이를 지지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총기규제 촉구 연설로 유명인사가 된 엠마 곤살레스는 "이건 끝이 아니라 단지 시작일 뿐"이라며 "11월 중간선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곤살레스는 "대학, 지역사회로 가 미 전역의 아이들과도 접촉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 나라 전체가 아니라, 전 세계의 지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재클린 코린은 지난 23일 미 의회에서 통과된 '학교폭력 금지 법안'을 거론, "'총'이라는 단어조차 한번 언급하지 않는다"며 "학교 안전이 중요하긴 하지만 총기 폭력은 학교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코린은 "공공안전 문제가 곧 학교 안전 문제는 아니다"라며 "우리는 핵심, 바로 총기 문제와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캐스키는 이날 방송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전미 총기협회(NRA)를 향해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 무기를 팔아먹으려 하는 자들"이라며 주장을 이어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 '대담하고 젊은' 활동가들이 일회성 집회를 넘어 구체적인 변화를 끌어내야 하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총기 규제법안에 대한 그들의 요구를 구체적인 언어로 설명해낼 수 있어야 하고, 정치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18∼29세 젊은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어떻게 극복해 중간선거에 그들을 동원하느냐가 문제다.
이들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총기규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들이 유권자로 등록하도록 독려하려고 하고 있다.
대규모 집회 이후 일부 후속 움직임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날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지역구인 위스콘신주에서는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50마일 더' 집회가 열렸다.
밀워키의 쇼어우드 고교 학생 40명은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출발, 라이언 의장의 고향인 제인즈빌 방향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이를 기획한 브레던 파델라(17)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라이언 하원의장은 미 의회의 가장 중요한 사람 중 하나이고, 그는 위스콘신 출신이라며 "그의 관심을 끌고 그에게 총기규제 법안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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