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상 작가 유미리, 후쿠시마원전 주변에 서점 낸 이유는

입력 2018-03-25 17:41
아쿠타가와상 작가 유미리, 후쿠시마원전 주변에 서점 낸 이유는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쿠타가와(芥川)상 수상작가인 재일교포 유미리(49)가 사고가 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주변에 서점을 열 계획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25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유 작가는 다음달 9일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南相馬)시에 '풀하우스'라는 이름의 서점을 연다. '풀하우스'는 1996년 그가 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서점이 들어서는 곳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지진해일(쓰나미)이 덮쳐 폭발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에서 불과 20㎞ 떨어진 지역이다.

사고 후 피난지시구역으로 지정됐다가 지난 2016년 7월 피난구역에서 해제된 곳이다.

유 작가는 사고가 난 뒤 1년이 지난 시점부터 미나미소마시 재해방송국에서 방송을 진행하며 재난 피해자들을 위로해주다가 삶의 터전을 아예 후쿠시마로 옮기기로 결심했다.

지난 2015년 4월 살고있던 가나가와(神奈川)현 가마쿠라(鎌倉) 집을 처분하고 남편, 아들과 함께 미나미소마시로 이사했다.

유 작가가 이곳에 서점을 내기로 한 것은 주민들이 돌아오지 않고 타향을 떠돌면서 생긴 이 지역의 썰렁한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그는 마이니치에 인근 고등학교의 학생들이 전차를 기다리는 동안 들를 곳을 만들고 싶었다며 "해가 저물면 전차는 1시간 반에 1대밖에 오지 않는데, 역 주위는 시커멓게 어둡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여름에는 서점을 확장해 카페와 작은 도서관을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유 작가는 소설 '가족 시네마'로 1997년 일본 문학계 최고 권위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타일', '루주', '8월의 저편', 'JR우에노역공원입구' 등의 작품으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졌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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