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들었으니, 쏘지마!' 미 경찰 오인사살 항의시위 확산

입력 2018-03-25 01:26
'휴대전화 들었으니, 쏘지마!' 미 경찰 오인사살 항의시위 확산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휴대전화 들었으니, 쏘지 마!(Cells Up, Don't Shoot!).'

미국 캘리포니아 주 주도 새크라멘토에서 23일(이하 현지시간) 수 백 명의 시위대가 도심을 행진하며 구호를 외쳤다.

'셀즈 업'을 선창하면 '돈 슛'을 후창하는 시위였다.

이 구호는 지난 2014년 미 중부 미주리 주 소도시 퍼거슨에서 백인 경관 대런 윌슨의 총에 살해된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소요 사태로 번진 퍼거슨 사태 당시 나온 구호를 본뜬 것이다.

당시 구호는 '손 들었으니, 쏘지 마!(Hands Up, Don't Shoot!)'였다.

구호에서 '손'이 '휴대전화'로 바뀐 건 지난 18일 새크라멘토 주택가에서 벌어진 경찰의 흑인 청년 스테폰 클락(22) 사살 사건 때문이다.

그날 두 명의 경관은 차 절도 사건이 벌어졌다는 911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 클락을 추격했다.

클락이 주택 뒷마당에 침입했다는 무전을 받은 경관들은 현장에 접근한 뒤 '손을 보여줘'라고 계속 외쳤다. 무기가 없다는 걸 입증하라는 요구였다.

클락의 손에는 아이폰이 있었다. 칠흑같은 밤이었고 아이폰 손전등 기능이 켜져 하얀 불빛이 새나오고 있었다.

경관 둘은 '총, 총'이라고 반응하며 발포하기 시작했다.

경관들은 아이폰을 총기로 오인하고 클락을 향해 무려 20발의 총탄을 퍼부었다.

다가가보니 쓰러진 청년의 손에 쥐어진 물체가 권총이 아니라 휴대전화로 확인되면서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경관의 바디캠(웨어러블 카메라)에 찍힌 영상이 공개됐다.

게다가 클락이 쓰러진 주택이 침입한 남의 집이 아니라 자기 할아버지 집 뒷마당이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찰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다.

전날 시위대가 행진하면서 미국프로농구(NBA) 새크라멘토 킹스의 경기가 취소된 데 이어 주말을 앞두고 시위대는 더 불어났다.

시위대는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를 외쳤다. 미 언론은 퍼거슨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의 흑인 민권단체 시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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