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 등 미 전역에서 '고교생 주도 총기규제 행진' 펼쳐져

입력 2018-03-25 02:00
워싱턴DC 등 미 전역에서 '고교생 주도 총기규제 행진' 펼쳐져

플로리다 총격 생존학생들 제안…800여개 도시에서 진행

유럽 주요도시에서도 동조 행진…트럼프는 플로리다 골프클럽으로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지난 2월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플로리다 고교 총격사건 생존 학생들의 제안으로 이뤄진 총기규제를 위한 행진이 24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해 미 전역에서 일제히 진행됐다.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이라는 이름으로 펼쳐진 행사는 워싱턴DC에 인파가 대거 몰리고, 필라델피아,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800여 개 도시에서 동조 행진이 벌어졌다고 미 NBC방송은 전했다.

행사를 제안한 데이비드 호그 등 플로리다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격 사건의 생존 학생들은 워싱턴DC 행사에 참석했다.

생존 학생들을 비롯한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참가자들은 정오부터 의회 의사당 주변에 마련된 무대에서 연설과 문화행사를 벌였으며, 이어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일대를 행진하며 총기규제 강화 입법을 요구했다.

학교 총격 참사 현장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공격용 소총 'AR-15' 판매를 금지하고, 총기 구매 시 사전 신원 조회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단에는 고교생 등 18살 이하의 청소년 20명이 차례로 연설자로 올랐으며, 아리아나 그란데, 마일리 사이러스 등 가수들의 공연이 펼쳐졌다.

하지만 총기규제 반대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 휴양지인 마라라고 리조트로 갔으며 이날 오전 인근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으로 향했다.

행사장에 이른 아침부터 몰려든 시민들은 "다시는 안 된다", "더는 침묵하지 말라", "정치에서 미국총기협회(NRA) 돈을 빼라" 등 구호가 적힌 피켓을 흔들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행사를 제안한 더글라스 고교 학생들 앞으로 지난 10일 친필 편지를 보내 격려한 사실이 이날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는 "여러분이 말할 수 없는 비극을 겪은 후 보여준 회복력과 결의, 연대에 우리가 얼마나 영감을 받았는지 알려주고 싶다"며 "여러분은 서로를 지지하고 위로했을 뿐 아니라 국가의 양심을 일깨우고 의사 결정권자들에게 아이들의 안전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삼으라고 도전했다"고 말했다.

조지 클루니와 인권변호사인 부인 아말 클루니, 스티븐 스필버그 등 할리우드 배우와 감독, 유명 방송인들이 거액의 기부금을 쾌척하며 행사를 도왔다. 클루니 부부는 행진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1999년 콜로라도 주 컬럼바인 고교 총격 참사 이후 지금까지 약 20년간 200여 명의 학교에서 총격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다. 특히 이 기간 193개 학교에서 18만7천 명의 학생이 총격 사건을 경험했다고 WP는 전했다.

미국에 앞서 영국, 독일, 스웨덴 등 유럽 각국의 주요 도시에서도 이날 동조 집회가 펼쳐졌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행진 사진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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