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등판'…미 언론 "외교정책의 매파적 선회…동맹들 불안"
"군사행동에 대한 우려 점증…볼턴, 전쟁 본능 누그러뜨려야"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워싱턴 안팎에서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내정자를 둘러싼 우려가 점증하는 분위기다.
특히 5월 안에 이뤄질 북미 정상회담 등 중대 전환기에 직면한 한반도 상황과 맞물려 그의 등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볼턴의 NSC 보좌관 발탁 소식이 동맹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북한과 이란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선호해왔던 매파가 대통령에게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상황에 비상이 걸린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북한과 이란 정책이 중대한 전기를 맞은 가운데 이들 두 나라에 대한 볼턴의 정권 교체 언급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동맹들은 우려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과 일본에선 북미 정상회담이 돌파구 마련에 실패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준비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증폭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4월 9일 공식 취임하는 볼턴 내정자가 현재 한국 정부가 진행 중인 외교적 노력을 좌절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이 한국 내에 적지 않다는 기류도 언급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카드에 이은 볼턴 내정자 발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에 균형추 역할을 해온 그룹 가운데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만 유일하게 남아 있는 상황과 맞물려서다.
이와 관련, 로버트 켈리 부산대 정치학과 교수는 WP에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할 경우 볼턴이 이를 북한을 공격해야 한다는 근거로 삼을까 봐 특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외교부 차관을 역임한 김성한 고려대 교수도 WP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요구해온 볼턴을 임명함으로써 극단적인 군사적 공격을 피하려면 대화로 나와야 한다는 걸 (북한) 정권에 이야기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CNN방송은 "볼턴의 백악관 행은 트럼프 행정부 외교정책의 매파적인 선회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한 뒤 볼턴이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도 "워싱턴 주변에서는 이를 믿지 않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의 성향상 다양한 관점에 대한 치우치지 않은 보고를 통해 대통령이 모든 옵션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NSC 보좌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야당과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시내각'(War Cabinet)을 꾸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실제 민주당 척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볼턴이 모든 지정학적 문제를 '미국의 군사 우선' 정책으로 풀려는 경향이 있어 골치가 아프다"며 "그가 전쟁 본능을 좀 누그러뜨렸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우드로 윌슨 센터의 에이브러햄 덴마크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지난주를 서울과 도쿄에서 보냈는데 그들은 반신반의와 두려움 속에 볼턴이 정말로 NSC 보좌관에 임명될 것 같으냐고 물어보더라"며 "아시아 동맹들은 외교가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군사적 행동 가능성이 높아지는 신호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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