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난치성 뇌전증, 유전자 검사로 '원인' 진단 가능"
세브란스병원, 유전자 분석으로 37.1% 뇌전증 아동 원인 규명
"환자 맞춤형 치료로 '정밀의학' 시대 앞당길 것"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자칫 정신치제로 이어질 수 있는 소아 난치성 뇌전증(간질)의 원인 유전자를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에 기반한 유전자 검사로 상당 부분 확인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강훈철 소아신경과 교수 연구팀은 소아 뇌전증 환자 278명을 대상으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반의 유전자 검사를 시행해 환자중 37.1%에서 원인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뇌전증은 뇌신경세포의 일시적이고 불규칙한 이상 흥분현상으로 생기는 질환이다. 대부분의 뇌전증은 약물치료로 호전되거나 관리가 가능하지만 환자의 약 20~30%는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을 앓는다.
특히 소아 난치성 뇌전증은 환자의 잦은 발작과 이로 인한 정신지체 및 발달장애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지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에서 원인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혈액에서 유전자를 분석하는 것만으로 난치성 뇌전증 발병 원인을 진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환자의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의 유전자 변이를 빠르게 진단해 적기에 치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 유전자에 따른 효율적 약물치료를 고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그동안에는 유전자 분석에 대한 기술적 한계와 해석 노하우 등이 부족했으나 최근엔 대규모 유전자를 한꺼번에 분석할 수 있고, 연구실 내 빅데이터 등이 쌓이면서 원인 유전자를 규명할 수 있게 됐다"며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치료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 환자의 피부세포 또는 혈액세포을 이용해 만든 신경세포를 활용하면 사전에 약물 효과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했다.
강 교수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환자에게 어떤 약물이 최적의 효과를 내는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정밀의학' 시대를 앞당기는 연구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뇌전증 분야 국제학술지(Epilepsy Research) 2월호에 게재됐다.
jand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