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엄벌" 남말하듯 해놓고…'직접 관여' 드러난 하남시장
경찰, 산불감시원 부당채용 혐의 검찰 송치… 네티즌 비난 봇물
(하남=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올해 초 산불감시원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했던 오수봉 경기도 하남시장이 채용과정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 하남경찰서는 23일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오 시장과 시청 비서실장, 관련 공무원, 시의원, 청원경찰 등 7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오 시장은 산불감시원 채용을 원하는 13명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비서실장을 통해 담당 부서장에게 이들의 명단이 전달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생계가 어려운 시민들로부터 받은 고충민원 해결 차원에서 한 일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산불감시원 채용과정에서 명단을 전달한 것이 직권을 남용해 담당 공무원에게 부당한 지시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산불감시원 채용비리 의혹은 올해 초 시청 관련 업무 담당 공무원의 폭로로 불거졌다.
시청 A 주무관은 지난 1월 22일 내부게시판에 산불감시원 채용과정에서 합격시켜야 할 이름이 적힌 23명의 명단을 상급자로부터 받았다고 폭로했다.
하남시는 바로 자체조사에 나섰고, 오 시장은 이틀 후인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관련자 엄중 문책 방침과 재발방지 대책 등을 내놓았다.
당시 오 시장은 "시정 책임자로서 산불감시원 채용과정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또 "자체조사 결과 부정청탁과 연관된 것으로 확인된 담당 과장과 팀장은 엄중히 문책해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공직사회의 경각심을 고취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부정청탁 주체는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고, 이들에 대한 수사는 경찰 등이 판단해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기자회견 내용만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채용비리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오 시장 스스로 채용과정의 공정성을 해칠 만한 처신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한 누리꾼은 "자기는 (관여되지 않은 것이) 아닌 것 같이 발표하더니…"라며 오 시장의 처신을 꼬집었다.
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런 작은 일까지 시장이 관여했다면 이외에도 더 큰 건들이 있다는 방증일 텐데…", "시장은 수사를 떠나 지금 사퇴해야 남자"라는 의견도 나왔다.
경찰에 이어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된 오 시장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검증 서류심사를 통과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경찰의 최종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민주당 경기도당 공직 선거 예비후보자 검증위원회는 지난 15일 하남시 지역 후보 자격 검증 심사서류 통과자 11명을 발표하면서 오 시장을 포함했다.
오 시장이 이미 지난달 15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만큼 도당 예비후보자 검증위의 발표는 성급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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