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하면 로맨스, 트럼프가 하면 불륜" 페북정보수집 논란

입력 2018-03-23 14:00
"오바마가 하면 로맨스, 트럼프가 하면 불륜" 페북정보수집 논란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캠프가 데이터 분석회사를 통해 페이스북 이용자 5천만 명 이상의 성향 정보를 무단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인 가운데 보수계는 "버락 오바마가 같은 일을 했을 때는 '소셜미디어 활용 성공 전략'이라 불렀다"며 반발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폭스뉴스는 "좌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대규모 데이터에서 규칙이나 패턴을 찾는 일) 기법을 이용한 것에 격분하고 있다"면서 "2012년 오바마 재선 팀이 같은 일을 했을 때는 진보 매체나 민주당 측이 아무 문제 삼지 않았었다"고 지적했다.

보수 논객 벤 샤피로(34)는 의회 전문지 '더 힐'에 실은 "오바마가 하면 천재적인 일, 트럼프가 하면 스캔들"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주체가 오바마냐 트럼프냐에 따라 유사한 내용의 뉴스가 딴판으로 다뤄진다"고 꼬집었다.

샤피로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012년 "오바마 재선 팀이 특정 유권자층을 겨냥할 목적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데이터를 캐냈다"고 보도한 사실을 상기했다. 가디언은 영국에 기반을 둔 정치 데이터 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CA)와 트럼프 대선 캠페인의 관계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CA는 '트럼프 캠프가 특정 유권자층을 겨냥한 캠페인을 벌일 수 있도록 페이스북 사용자 5천만 명의 성향 정보를 입수·분석해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폭스뉴스는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오바마 캠프는 CA가 사용한 것과 동일한 페이스북 개발자 도구(소셜그래프 API)를 이용해 미국 유권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면서 "이 기술은 오바마 캠프가 유권자 정보에 접근, '한 네트워크 내에서 누가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파악해낼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설명했다.

샤피로는 "페이스북은 오바마 재선 팀이 트럼프 캠프가 한 일과 비슷한 전술을 사용했을 때, 제동을 걸지 않았다"며 "페이스북 측이 오바마 승리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캠프 스태프였던 캐럴 데이비슨은 "페이스북 측은 우리가 소셜 그래프를 빨아들인 것에 놀랐으나 우리가 한 일을 알고서도 멈추게 하지 않았다"며 "상대 진영이었다면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 솔직히 밝혔었다"고 털어놓았다.

폭스뉴스는 타임 매거진이 2012년 오바마 재선 팀의 데이터 마이닝에 관해 쓴 "친구 맺기 : 오바마 캠페인이 젊은 유권자층과 관계 맺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소셜네트워크가 정치 캠페인을 얼마나 현대적이고 정교하게 바꾸어놓았는지" 호의적으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페인의 데이터 마이닝과 관련한 기사 제목 톤은 매우 다르다"면서 뉴욕 타임스 기사 제목 "트럼프 정치 자문들이 수백만 건의 페이스북 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했나"를 일례로 들었다.

미국 투자 전문지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는 사설에서 "오바마가 재선 승리를 위해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이용한 것은 정치적 천재 같은 행동이고, 트럼프가 결과도 불분명한 비슷한 시도를 한 것은 민주주의를 조롱하는 일이자 트럼프가 선거를 훔쳤다는 증거가 되어버린다"고 논평했다.

샤피로는 "어찌 되었건 트럼프 캠프의 데이터 마이닝은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면서 "트럼프 승인은 힐러리 클린턴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후보였고, 트럼프가 적재적소에서 캠페인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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