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구속영장 발부되자 "이제 가야지"…아들에겐 "강해야 한다"
"학생운동 이후 54년 만에 감옥…검사들 집에 들일 이유 없다"
친이계 분노…"이 순간 잊지 않겠다…정해진 각본에 따라 MB 구속"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배영경 기자 =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구속수감되기 전 의외로 담담한 모습으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고 측근들이 23일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저녁 구속영장 발부를 예상한 듯 논현동 자택에서 양복을 갖춰 입고 측근들을 맞았다.
이 전 대통령 자택에는 현역의원과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참모진 등 50여 명이 모였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여러분의 명예에 금이 가게 해서 미안하다"며 "잘 대처하고 견딜 테니 각자 맡은 위치에서 잘해달라"고 인사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뉴스를 접하자 "이제 가야지"라고 말했다.
이어 측근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우리 정부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일했는데 나 한 명 때문에 여러분들이 힘들어졌다"며 "내가 미안하다. 면목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내란선동죄'로 구속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54년 만에 80이 다 돼서 감옥에 가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한 측근이 밝혔다.
그러면서 "내 심정이 이것이다. 차분하게 대응하자"면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읽어 내려갔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가족들을 한 명씩 끌어안은 뒤 오열하는 아들 시형 씨에게 "왜 이렇게 약하나. 강해야 한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검사들을 집까지 들어오게 할 이유가 없다"면서 측근들과 직접 나가서 구속영장을 확인하고, 검찰의 차량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이 전 대통령이 현역의원들에게 지방선거가 어떻게 돼가는지 묻는 등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일부 참모진들은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차량을 타고 구치소로 향한 뒤 따로 모여 식사를 했으며, 청와대 참모진 등을 중심으로 자주 모여 이 전 대통령 구속 등 정국 상황에 대해 생각을 조율해 나가자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이날 공식 논평을 삼갔지만 침통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옛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은 이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해 '정치보복'이라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홍준표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국정 농단으로 탄핵하고 구속한 지금 또 한 분의 반대파 전직 대통령을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하는 것이 나라를 위해 옳은 판단인가"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또 "오로지 주군의 복수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적폐청산의 미명아래 정치보복을 하는 것이라고 국민은 보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눈물이 자꾸 흐른다"며 "결코 지금 이 순간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친이계 좌장으로 불렸던 이재오 전 의원은 평화방송과 불교방송 라디오에 잇따라 출연해 "10개월 동안 모든 사건을 기획해서 어제 잡아갔다"며 "대통령을 하기만 하면 감옥 가는 것 아닌가. 국격이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구속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모든 것을 맞춘 것 아닌가"라며 "검찰이 국가를 지켜야지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면서 정치보복의 들러리가 됐는데 누가 정의로운 검찰로 보겠나"라고 반문했다.
김영우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장은 정치보복 쓰나미를 피할 길이 없지만, 시간이 흐르면 '기울어진 정의'라는 것이 밝혀질 것"이라며 "입맛에 맞는 적폐청산을 하고 있다. 전부 정해진 각본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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