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주총서 소액주주운동…"발언권·찬반토론 보장 안 돼"
시민단체 "주주보다 직원 더 많아…법적 하자 공식 문제제기 하겠다"
고성 속 1시간 만에 주총 끝나…노조 "집행위 등 열어 향후 투쟁 논의"
(대구=연합뉴스) 류성무 기자 = "불법 비자금 조성, 채용비리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는 박인규 행장을 지주 회장과 은행장직에서 동시 사퇴시키고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23일 오전 DGB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대구시 북구 칠성동 대구은행 제2 본점 4층 다목적홀.
대구참여연대 등 57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대구은행 박인규 행장 구속 및 부패청산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대구은행 주주 5명(6만3천여주)에게서 위임받아 주총에 참석해 박 행장 퇴진을 요구했다.
대구지역 첫 소액 주주운동이다. 박인규 은행장 사퇴 필요성을 주주들에게 직접 알리겠다는 취지다.
대책위는 "대구은행은 불법 비자금 조성과 횡령 등 의혹으로 반년 넘게 수사를 받고 최근에는 채용비리까지 불거졌다"며 "박 행장과 공범들은 반성은커녕 보복인사를 하는 등 전횡을 휘둘렀다"고 지적했다.
또 "은행 부패를 방치하거나 직무를 유기한 인사들의 임원 이사 등 선임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주주총회 각 안건이 처리될 때마다 발언권을 요청하며 사외이사 재선임 등과 관련해 찬반 토론 등을 요구했다.
또 주총 과정에 소액주주들에게 찬반 토론, 의견 발표 등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다며 주총 진행에 법적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박인규 은행장·지주회장직 동시 해임', '채용비리 피의자 및 관련 인사 해임', '부패방지·사회적 책임 제도화' 등을 요구했다.
대구은행 노조도 주총 행사장 입구에서 피켓을 들고 박 행장의 지주 회장 및 은행장 동시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노조는 "비자금 수사, 채용비리 등으로 고객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회사가 망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박 행장이 자리에만 연연하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사죄하고 즉각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이날 박 행장이 은행장직은 내려놓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박 행장이 지주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은행장직에서만 물러나겠다고 하는 것은 자리 유지를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조만간 집행위원회와 대의원 대회 등을 잇따라 열고 박 행장 퇴진 투쟁 방향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대구은행은 박 행장이 주총 의장을 맡은 가운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4명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안건을 처리했다. 주주총회는 1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대책위는 "주주총회장에 주주보다는 직원이 더 많았다"고 지적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주주총회 과정에 소액주주에게 충분한 발언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며 "이 부분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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