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도 앙숙' 파키스탄에 미사일 핵심기술 판매
다탄두 미사일 개발 위한 추적 시스템 제공…'영토분쟁' 인도 압박 전술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지난해 인도와 영토분쟁을 벌였던 중국이 인도와 앙숙 관계인 파키스탄에 미사일 핵심기술을 판매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과학원 광전기술연구소는 파키스탄에 '고정밀도 대형 광학 추적·측정 시스템'을 판매했으며, 이 시스템의 운용에 필요한 기술 교육을 위해 3개월간 전문가들을 파견하기까지 했다.
이 시스템은 미사일 시험에 필요한 핵심 부품으로, 고성능 망원경·레이저 거리측정기·고속 카메라·적외선 탐지기·제어 컴퓨터 등으로 이뤄져 이동하는 목표물을 자동으로 포착하고 추적하는 역할을 한다.
미사일 발사 후 대기권 재진입에 이르기까지 탄두의 궤적을 고해상도 이미지로 보여줘 미사일 설계와 엔진 성능 향상에 필요한 중요 데이터도 제공한다.
더구나 중국이 파키스탄에 판매한 시스템은 각각 수백㎞ 범위의 탐지 기능을 갖춘 4개의 고성능 망원경을 장착했다. 여러 개의 망원경이 장착되면 다탄두 미사일에 장착된 여러 탄두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의 이러한 기술 제공은 인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맞서 파키스탄이 다탄두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을 돕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도는 지난 1월 사거리 5천㎞로 중국 수도 베이징을 포함한 아시아 대부분 지역을 사정권에 둔 ICBM '아그니-5'를 시험 발사한 후 한 달여 동안 '아그니-1', '아그니-2' 등 핵탄두 탑재 가능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했다.
이는 카슈미르 영유권을 다투는 오랜 앙숙 파키스탄과 지난해 도클람(중국명 둥랑<洞朗>) 국경분쟁을 겪은 중국에 대해 동시에 견제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파키스탄은 이에 맞서 다탄두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도의 단탄두 미사일이 더 크고 사거리도 더 길지만, 파키스탄이 개발한 다탄두 미사일은 여러 목표물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어 전쟁 발발 시 인도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사거리 2천200㎞ '아바빌' 미사일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이 미사일에 적용된 '다탄두 각개 목표 재돌입'(MIRV) 기술은 진짜 탄두와 함께 유인 탄두를 섞어 적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교란한다.
이 미사일의 실전 배치에는 작지 않은 난관이 예상되지만, 중국이 이번에 제공한 추적 시스템은 여기에 상당한 도움을 줄 전망이다.
인도의 앙숙인 파키스탄이 다탄두 미사일 실전 배치에 성공한다면, 중국으로서는 파키스탄을 이용해 영토분쟁 관계인 인도를 제압하는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중국은 지금껏 파키스탄에 군함, 전투기, 단거리 미사일, 디젤 잠수함, 정찰 드론 등 다양한 무기를 판매하며 군사적 유대 관계를 강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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