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다시 청자 명인으로 돌아갑니다"…윤도현 전남도의원

입력 2018-03-25 08:00
[사람들] "다시 청자 명인으로 돌아갑니다"…윤도현 전남도의원

전남도의회 최고령·재선 의원 활동 곧 마무리

약사→청자 명인→지방 의원…"가마로 돌아가 강진 청자 명성 회복"



(무안=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이제 다시 기네스북 도전해야죠. 허허."

전남도의회 최고령인 윤도현(75) 의원은 나이 등 현실을 고려해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재선 도의원으로서 의정활동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아쉬울 법도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홀가분함이 묻어 있었다.

윤 의원은 "지역민을 위해 더 열심히 해야 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개인적인 욕심은 전혀 없다"며 "나이가 들었으니 당연히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하고, 좋은 후배가 지방선거에서 뽑혀서 나보다 훌륭히 의정활동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지역구 강진의 전통 유산인 청자 명인이다. 어찌 보면 지방 의원 활동은 '외도'였을지도 모른다.



직접 제작한 대형 청자가 1억원을 호가해 판매금의 절반을 기부한 일화는 아직도 회자한다.

2010년에는 높이 1m, 너비 2m 청자가 콜롬비아 독립 200주년, 한국전쟁 참전 6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의 고품격 선물로 채택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국립도서관에 전시됐다.

윤 의원은 의정활동을 도자기 빚는 일에 비유하곤 한다.

윤 의원은 "둘 다 투박한 것을 다듬어 아름답고 편안하게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일"이라며 "함께 작업하는 동료와 협업으로 좋은 자기가 탄생하듯 의정활동도 주민과 함께 호흡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약사 출신이기도 한 그는 30대 때 후대에도 세상에 기억될 만한 흔적을 남기고 싶은 바람을 가졌다.

어린 시절 소풍 간 절에서 본 청자 천불(千佛)의 강렬한 인상은 그를 가마로 이끌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이용희 청자장에게 기술을 배워 자신도 명인의 반열에 올랐다.

윤 의원은 다양한 경력 가운데서도 청자 제작을 본업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방 의원 임기를 마치면 가마로 돌아가 세계에서 가장 큰 지름 3m 청자 접시를 만드는데 몰두하기로 했다. 현재 기록은 2m 80㎝.

흙 고르기, 반죽, 성형, 건조, 굽기 등 어느 하나 쉬운 작업이 아니어서 몇 차례 도전에서 실패했지만, 올해는 꼭 성공하고 싶다고 그는 의욕을 보였다.

윤 의원은 "8년간 도의원을 지내면서 경제관광문화 분야에 중점을 두고 지역에 도움이 될 말한 일을 하겠노라고 노력했지만 잘했는지는 모르겠다"며 "앞으로 고려 시대 번성했던 강진 청자의 명성을 되찾는데 미력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