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伊피렌체 명예시민 됐다…피렌체 문화예술상 수상
제16회 피렌체한국영화제 '남한산성'으로 개막…한국영화 '성찬'
(피렌체=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배우 하정우(40)가 르네상스의 본산인 고도(古都) 피렌체의 명예 시민이 됐다.
하정우는 22일 밤(현지시간) 이탈리아 중부 피렌체 도심의 라 콤파냐 극장에서 열린 제16회 피렌체 한국영화제 개막식에서 배우와 감독으로서 영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피렌체 시가 주는 문화예술상인 '키아비 델라 치타' 상을 받았다.
크리스티나 자키 피렌체 부시장은 "이탈리아에서도 팬이 많은 하정우는 15년 동안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섬세한 연기와 재능, 열정을 보여주며 영화를 풍성하게 했다"며 그를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피렌체 시는 문화예술 부문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룬 예술가에게 '도시의 열쇠'라는 뜻을 지닌 상을 줘 명예 시민으로서 예우하고 있다. 세계적인 테너 고(故)루치아노 파바로티 등도 이 열쇠를 받았다.
한국인으로 첫 수상은 작년 영화감독 박찬욱이고, 하정우가 두 번째다.
이번 영화제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를 첫 방문했다는 하정우는 시상식에서 "이상하게 이탈리아는 그동안 올 기회가 없었는데, 첫 방문에서 이런 영예를 안게 될 줄 미처 몰랐다"고 감회를 밝혔다.
그는 "피렌체에 온 직후 우피치 미술관에 갔었는데, 그곳에 소장된 작품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며 "짧은 방문이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이곳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영화에 풀어내고 싶다"고 말해 객석을 가득 메운 현지 관객 400여 명으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은 피렌체 한국영화제는 '신과 함께'(2017), '아가씨'(2016), '허삼관'(2015), '추격자'(2008) 등 하정우의 대표작 7편을 선보이는 하정우 회고전을 중심으로 꾸며진다. 하정우는 24일 피렌체 시민과 영화학도들을 상대로 마스터클래스를 열어 자신의 작품 세계와 영화 철학을 진솔하게 들려줄 예정이다.
황동혁 감독의 '남한산성'으로 막이 오른 피렌체 한국영화제는 30일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이 공동 주관하는 전통음악 공연 '울림'으로 막을 내린다. 영화제 기간 장편영화 26편, 단편영화 23편 등 약 50편의 한국영화로 성찬이 차려진다. 폐막작으로는 이용승 감독의 '7호실'이 상영된다.
특히 특별기획전으로 마련된 'K-사우스&노스' 섹션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급격히 대화 분위기로 이행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와 맞물리며 현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제 측은 임흥순 감독의 '려행'(2017), 김성훈 감독의 '공조', 문현성 감독의 '코리아', 전재홍 감독의 '풍산개' 등 남한과 북한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엿볼 수 있는 영화 5편을 소개한다.
한편 이날 개막식에는 하정우, 황동혁 감독을 비롯해 '신과 함께'의 김용화, '악녀'의 정병길 감독 등이 자리를 빛냈다.
최종현 주이탈리아 한국 대사는 축사에서 "피렌체 영화제는 이탈리아 내 유일한 한국영화제로서, 한국과 한국문화, 한국영화를 피렌체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전체에 널리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며 피렌체 시와 영화제를 주관하는 현지 문화단체 '태극기·토스카나 코리아문화협회'(회장 리카르도 젤리·부회장 장은영)에 사의를 표했다.
자키 피렌체 부시장은 "피렌체 한국영화제는 이제 피렌체의 문화 정체성의 일부가 됐다"고 화답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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