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따로 행동 따로(?)…캐나다, 사우디에 대규모 무기판매 논란

입력 2018-03-22 16:52
수정 2018-03-22 17:48
말 따로 행동 따로(?)…캐나다, 사우디에 대규모 무기판매 논란

"페미니스트 앞세우며 여성 억압 정권 무장" vs "외교·방위정책 준수"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캐나다가 900대 이상의 장갑차를 사우디아라비아에 팔기로 한 결정을 놓고 "말 따로 행동 따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캐나다 사회 일부에서 페미니스트 국가를 자처하면서 여성에게 가장 억압적인 국가를 무장시키는 것은 말과 행동이 다른 처사라며 비난하자, 캐나다 정부는 외교 및 방위정책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며 반박하고 있다.



22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캐나다 CBC 방송에 따르면 2014년 당시 캐나다 보수당 정부는 사우디와 총 150억 캐나다달러(12조5천억 원) 규모의 무기 판매계약을 맺었다.

최근 밝혀진 최초 주문에 따르면 여기에는 105㎜ 포를 갖춘 중화기 119대와 대전차용 119대, 2인승 포탑과 30㎜ 기관포를 가진 119대 등 경장갑차 수백 대가 포함됐다.

지금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계약 내용은 이번 주초 캐나다 CBC 방송의 폭로로 단면을 드러냈다.

이 계약은 전임 보수당 정부에서 체결됐지만, 현 쥐스탱 트뤼도 총리 정부 아래에서 승인됐고 계획대로라면 지난해부터 공급이 시작됐다.

방송 보도 후 캐나다 야당과 민간단체들은 정부를 향해 이중적이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야당 신민주당 소속 엘렌느 라베르디에르 하원의원은 사우디가 자국 민간인을 공격한 사례와 함께 예멘에서 군사작전을 편 사실을 지적하며 따졌다. 예멘에서는 유혈 충돌로 1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300만 명 이상이 피신했다.

라베르디에르 의원은 트뤼도 총리를 향해 캐나다가 국제적 인권 위반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가 계속 사우디에 무기를 팔면서 어떻게 외교 정책이 진보적이고 페미니스트적이라고 말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트뤼도 총리는 이전의 정부가 서명한 계약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며 "인권 등 우리의 외교 및 방위 정책과 일치한다면 수출은 결국 승인이 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캐나다 군축단체 '프로젝트 플라우셰어스'(Project Ploughshares)는 트뤼도 총리의 답변에는 "논리적 허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의 세자르 자라밀로는 "현재 캐나다 외교 정책의 중추로서 전개되고 있는 페미니스트 의제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며 "지구 상에서 여성들에게 가장 억압적인 정권 중 하나를 무장하는 만큼 정부의 말과 행동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양국 간 무기 거래는 지난여름 사우디 정부가 소수파인 시아파 반체제 세력을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캐나다제 장비가 쓰였다는 주장이 사진, 동영상과 함께 소셜미디어에 확산하면서 집중 조명을 받게 됐다.

캐나다 외교부는 지난 2월 자국산 장비가 인권 위반에 사용됐다는 분명한 증거가 없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결과를 모두 공개하기를 거부했다.

국제인권단체들이 사우디를 세계 최악의 인권 위반 국가로 평가하고 있지만, 유럽 국가들은 무기 수출에 엇갈린 대응을 하고 있다.

독일과 벨기에는 사우디행 무기 반출을 불허하고 있고 스웨덴은 사우디와의 오랜 방위협정을 폐기했으나, 영국은 지난해 상반기에 11억 파운드(1조7천억 원)를 수출할 정도로 무기 거래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난 뒤 사우디에 대한 무기판매를 자랑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사우디는 매우 부유한 나라고, 그들은 부의 일부를 일자리라는 형태로, 또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무기를 사는 식으로 미국에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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