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족수 미달' 감사선임 부결 잇따라…섀도보팅 폐지 영향(종합)

입력 2018-03-22 17:56
'정족수 미달' 감사선임 부결 잇따라…섀도보팅 폐지 영향(종합)

오늘만 5곳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안건 처리 못해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의결권 대리행사제도인 섀도보팅(shadow voting) 폐지 여파로 주주총회에서 의결 정족수가 미달해 감사선임 안건이 부결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코스닥 상장 건설개발 전문업체 이화공영[001840]은 22일 개최한 정기주주총회 안건 가운데 감사선임 건이 의결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고 공시했다.

재무제표 승인과 사내이사 선임, 이사 및 감사의 보수한도 승인 등 다른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승인됐다.

회사 측은 "정기주총에서 감사선임 안건 통과를 위해 주총분산 프로그램 참여, 전자투표 및 의결권대리행사 권유 공시 등 의결권 확보를 위해 노력했지만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무선 통신장비 제조업체 에프알텍[073540]과 내연기관·산업기계 구조재 업체 삼영엠텍[054540], LED조명·프린터 부품 제조업체 대진디엠피[065690] 등도 이날 공시를 통해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감사 및 상근감사 선임 안건을 처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잇단 감사위원 선임 안건 부결은 감사와 감사위원 선임 시 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 때문이다.

최대주주가 3% 이상 지분을 가져도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섀도보팅 제도가 지난해 말로 폐지된 이후 올해 주총 시즌부터 소액 주주가 많은 회사는 의결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이화공영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최대주주 최삼규씨가 지분 35.9%를 가지고 있고 소액주주 비율이 46.75%다.

에프알텍과 대진디엠피도 소액주주 비율이 45%를 넘는다.



3% 룰에 해당하지 않는 안건을 포함해 주총안건 전체를 처리하지 못한 경우도 나왔다.

원전 감시제어시스템 업체 우리기술[032820]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한도 승인, 감사 보수한도 승인, 정관변경 등 3개 안건을 모두 처리하지 못했다.

회사 측은 "의사정족수 미달로 1·2·3호 의안 모두 불성립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경우 최대주주 노선봉씨의 지분율이 7.13%에 불과하고 소액주주 비율은 85.88%에 이른다.

우리기술은 이날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 안건 미승인으로 임원 보수 지급에도 문제가 생겼다.

상법상 이사 보수한도는 매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고 주총에서 승인을 결의하지 못한 경우 임원에 보수를 지급할 수 없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정기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승인하지 못하면 임시주총을 열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임시주총에서도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 임원들이 올해 1∼2월에 받은 보수를 반환해야 하는 등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회사협의회는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은 보통결의 사항이고 3% 룰에도 해당하지 않아 일반적으로 최대주주 지분율이 25%를 넘으면 의결 가능하지만 10% 안팎이면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감사(위원) 선임 등 주총 주요 안건을 처리하지 못한 회사는 이날 오후 5시 30분 현재 모두 7개사로 집계됐다.

전날까지 영진약품과 칩스앤미디어[094360] 2개사였으나 이날 162개 상장사 주총이 몰리면서 5건이 추가로 발생했다.

주요 기업들의 주총이 집중되는 '슈퍼 주총데이'인 23일에는 549개 상장사가 주총을 열 예정이어서 비슷한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당국은 섀도보팅 폐지로 상장회사 102곳이 의결권 정족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들이 원활하게 주주총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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