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영도' 전면화…"정치 현대화 역행" 비판도(종합2보)
통전부는 소수민족·종교, 선전부는 미디어, 조직부는 공무원 인사 관장
외교도 당 업무로 이관…양제츠 중앙 외사위 부주임 맡을 듯
(상하이·홍콩=연합뉴스) 정주호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당의 영도'를 강조하면서 당의 위상과 역할이 크게 강화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가 22일 보도했다.
전날 발표된 당정기구 개편에 따르면 공산당 핵심기구 중 하나인 중앙통일전선부(이하 통전부)의 역할이 크게 강화됐다.
1942년 설립된 통전부는 비공산당 정파 및 인사와의 교류를 총괄하는 중국 공산당의 핵심기구로, 당 의도대로 상대를 유인·포섭하는 임무를 맡는다.
소수민족 문제를 다루는 국가민족사무위원회와 국가종교관리사무국이 통전부의 감독을 받게 됐으며, 해외 화교 업무를 맡는 국무원 교무(僑務)판공실은 아예 통전부에 통합됐다.
이는 앞으로 당이 전면에 나서 소수민족, 종교, 해외 화교 등을 통제하고 관리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시 주석이 당 기구를 통해 직접 이러한 문제를 관장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시 주석은 집권 후 공산당 영도를 강조하면서 종교 억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는 종교단체와 종교활동의 감시와 탄압을 강화하는 새 종교사무조례를 시행했다.
소수민족 억압 정책도 강화해 신장(新疆)웨이우얼자치구에 치안병력을 대폭 강화하고, 위구르 언어와 교육, 종교활동 등에 제한을 가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수년 새 이 지역에서 수백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통전부는 시 주석 집권 후 홍콩, 마카오, 대만, 해외 유학생 등 그 관장 영역을 계속 확대해왔으며, 지난해 5월에는 신장웨이우얼자치구를 다루는 새 부서를 설립했다.
홍콩대학 슈힝로 교수는 "통전부는 당 최고 지도부의 영도하에 더 강화된 조직과 인력을 갖추게 됐다"며 "대외적으로는 서방의 '중국 위협론'에 맞서 평화롭고 안정된 중국의 이미지를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과 호주에서 중국의 영향력 침투를 경계하며 중국의 대외 활동을 규제하는 입법 등을 추진하고 있어 통전부의 이러한 '야심'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SCMP는 전했다.
중국 공산당은 통전부 기능 강화 외에도 '당이 모든 것을 통솔한다'는 원칙에 따라 중앙선전부, 중앙조직부의 직능과 직권도 확대했다.
중앙선전부가 직접 전국의 신문, 출판, 영화 등 미디어 사업을 관장할 수 있도록 하고, 중앙조직부는 국가공무원국 폐지로 당정 모든 공무원의 인사와 조직을 총괄할 수 있도록 바꿨다.
중앙인터넷안전·정보화 영도소조를 위원회로 확대 개편, 공업정보화부의 '국가 컴퓨터인터넷 및 정보안전관리센터'를 산하 단체로 편성한 것도 공산당이 직접 인터넷 미디어 분야를 맡겠다는 상징적인 의사 표시다.
중국은 이번 당정기구 개편이 국무원 기능의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리타(李拓) 중국 국가행정학원 교수는 "이번 개혁은 당의 통일 영도와 총람, 협조 체제를 강화해 과두체제와 자원분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당 중앙의 정책결정 역할이 확립되고 국무원의 정책집행 범위를 더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중국 지도부는 이와 함께 이번 당 조직 재편을 통해 외교도 당 업무로 끌어들였다. 당 중앙외사영도소조를 중앙외사공작위원회라는 상설조직으로 만들어 외교 업무를 총괄하게 했다.
홍콩 성도(星島)일보는 이와 관련, 당 정치국원인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중앙외사공작위원회 부주임으로서 중대 외교 현안의 기획설계, 총괄배치, 통합조정을 맡게 된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중국 외교의 총책이었던 양제츠가 국무원 소속에서 완전히 당 소속으로 넘어오고 외교 관할권이 당으로 이관되는 셈이 된다.
당내에는 '중앙전면의법치국위원회', '중앙심계위원회', '중앙교육공작영도소조', '중앙국가기관공작위원회' 등의 조직도 새로 설치됐으며, 국가행정학원은 중앙당교에 통합됐다.
중국 전문가 셰옌메이는 "비공식기구인 '영도소조'를 공식기구인 '위원회'로 격상한 것은 이제 당이 정책을 결정하는 핵심이 되고, 행정부는 정책을 집행하는 기구로 전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당으로 권력 집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베이징의 정치평론가 장리판(章立凡)은 "이번 당정 개편은 운영 효율성 제고와 기득권 타파라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평가할만하지만, 결국 초점은 '일당 독재의 강화'에 맞춰져 있다"며 "이는 정치 현대화에 역행하는 조치로, 이러한 방향으로 향하는 현대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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