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민영화의 저주…인니 상수도, 재공영화 놓고 진통

입력 2018-03-22 13:52
어설픈 민영화의 저주…인니 상수도, 재공영화 놓고 진통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잘못된 민영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상수도 사업이 20여년만의 재공영화를 앞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22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카르타 주정부는 전날로 예정됐던 공영 수자원기업 PAM 자야와 현지 민간업체 간의 상수도 관리 용역계약 체결식을 막판에 취소했다.

상수도 사업을 다시 공영화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무시한 채 계약조건만 일부 바꿔 민영화를 유지하려 한다는 비판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1997년 자카르타 서부와 동부의 상수도 운영권을 영국과 프랑스 기업에 25년간 위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가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이 기업들은 아시아 금융위기를 빌미 삼아 2001년과 2003년, 2004년 수도 요금을 30∼40%씩 인상했고, 주민과 갈등을 빚다가 현지 투자자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새 경영진도 투자에 인색한 모습을 보인 탓에 민영화 당시 46%였던 자카르타의 상수도 보급률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에선 지하수가 난개발돼 연간 7.5∼12㎝씩 지반이 침하하는 결과가 초래됐고, 이로 인해 자카르타는 전체 면적의 40% 이상이 해수면보다 낮아져 매년 크고 작은 홍수가 반복되고 있다.

참지 못한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하자 인도네시아 대법원은 작년 10월 PAM 자야가 더는 민간기업에 상수도 사업을 위탁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PAM 자야는 수돗물 원수 확보와 요금 징수 등 업무만 돌려받고, 정수와 급수 관리는 기존 민간업체에 계속 맡기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인도네시아 암르타 연구소의 수자원 전문가 닐라 아르디아니는 "이는 민영화 시절과 사실상 다를 바가 없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물 사유화에 반대하는 자카르타 주민 연합' 등 관련 단체들은 22일 낮 자카르타 주정부를 방문해 대법원 판결을 준수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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