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윤곽 드러낸 대통령 개헌안…여야 강대강 대립
민주 "오늘부터 논의", 한국당 "제왕적 대통령제 불가"
26일 발의시 전면 충돌 불가피…국회 협의체 구성 첫 난관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서혜림 이슬기 기자 =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발표 마지막날인 22일 개헌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도 강대강 대립을 이어가며 정점을 향해 치달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개헌안 발의까지 100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가 조건없이 즉시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야당의 태도변화를 강도높에 압박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권력 구조 개편과 관련, 분권형 대통령제의 전제 조건으로 '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을 거듭 주장하며 국무회의를 거치지 않은 개헌안 발표 절차 자체의 위헌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역시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 대통령제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개헌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아 논의는 험로를 예고했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자체를 놓고 야당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개헌의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을 놓고도 여야가 선명한 시각차를 재확인하면서, 26일 대통령 개헌안 발의가 현실화하면 국회 차원의 극심한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헌법에 명시한 부분은 중소야당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만큼 선거구제 개편이 막판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야4당 개헌협의체 구성 제안을 개헌 논의를 거부하기 위한 얄팍한 속셈이라고 비판하며 지금 당장 개헌 협상을 시작하자고 촉구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야당만의 협의체 구성 제안은 누가 봐도 얄팍한 속셈"이라며 "진정으로 국회 중심의 국민 개헌을 실현하려면 협상을 사흘 미룰 게 아니라 오늘 당장 조건 없이 협상에 나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 "오늘로 정부의 개헌안이 모든 윤곽이 드러나는 만큼 국회도 더 이상 개헌 협상을 미뤄선 안 된다"면서 "대통령 개헌안 발의까지 100시간도 남지 않았다. 민주당은 국회 중심의 국민 개헌을 위해 아무 조건 없이 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 있고, 필요한 것은 야당의 전향적 자세"라고 강조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개헌안에 명시된 토지공개념에 대한 야당의 비판에 대해 "한국당이 경제민주화와 토지공개념 강화를 두고 관제개헌, 시장경제 포기선언이라는 식의 색깔론으로 비난했다"면서 "한국당은 토지공개념을 제도화한 노태우 정권도 사회주의 정권이라고 생각하는지 대답하라"고 꼬집었다.
반면 한국당 경제파탄특위 정진석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위원회 회의에서 "막가파식 제왕적 대통령이 따로 없다"며 "헌법개정안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대통령 비서들이 나서서 개헌안 내용을 설명하고 야당을 압박하는 것은 위헌적 행태"라고 비난했다.
정 위원장은 "숙의 민주주의를 좋아하는 이 정부가 숙의는커녕 국무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고 개헌안을 발표하고 있다"며 "국무회의를 요식행위로 만들어 버린 전형적인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이라고도 했다.
<YNAPHOTO path='PYH2018032204660001300_P2.jpg' id='PYH20180322046600013' title='회의 준비하는 이정미 대표' caption='(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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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당 나경원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가 개헌하자고 하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걷어내자는 것인데, 그 부분은 쏙 빼고 다른 이야기만 하고 있다"며 "대통령제의 가장 큰 단점인 승자독식의 폐해를 고칠 수 있는 의원내각제적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로서 책임총리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당 회의에서 "청와대 개헌안은 헌법학자의 지적처럼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한 헌법 89조에 위배돼 위헌 소지가 있다"면서 "청와대가 국무회의를 요식행위로 생각하고 있다. 국회도 패싱(건너뛰기), 국무회의도 패싱, 법제처도 패싱하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청와대 (역할)뿐"이라고 비꼬았다.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라디오에 출연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방안은 반영되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전향적으로 나서서 분권형 개헌에 대한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한국당의 야4당 개헌정책협의회 제안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가 목적인 야당 간의 테이블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며, "5당 정치협상회의를 시급히 개최할 것을 각 당 지도부에 거듭 요청드린다"면서 여야 개헌 테이블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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