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등 세종이전 공청회, 과천시민 고성·몸싸움 끝 강행(종합)
정부서울청사 앞 삼엄한 경비…공청회 입장 도시당 40명으로 제한
행안부·과기부 세종시 이전에 2천290억원 소요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세종시 이전 관련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22일 열린 공청회가 과천시민들의 거센 항의 속에 가까스로 열렸다.
당초 공청회는 지난달 말 열릴 예정이었으나 과천시민·상인들이 회의장을 점거하는 바람에 파행했고, 한 달 뒤인 이날로 일정을 다시 잡았다. 당시 과천 상인들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삭발식까지 했다.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된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변경(안)' 공청회를 앞두고 과천시민 150여명은 오전 9시부터 개최 장소인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 모여 '오락가락 정책 속에 과천 상인 다 죽는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정부청사 별관 앞은 경찰과 보안 직원 100여명이 막아서고 있어 입구가 어디에 있는지 찾기조차 어려웠다. 수많은 보안 직원들을 헤지고 지나가 초대장을 보여주고, 신분증을 따로 맡긴 뒤에야 건물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경비가 삼엄했다.
지난달 공청회가 과천시민들의 난입으로 취소되자 행안부는 과천·세종·인천시에 각각 공청회 출입이 가능한 초대장과 비표 40장을 발급했다. 비표를 받지 못한 이들의 입장은 철저히 통제했다.
과천 주민들은 공청회장 입장에 필요한 주민증을 손에 들고 공청회장 입장을 시도했으나 가로막히자 분통을 터뜨렸다. 분노한 주민들은 발급받은 비표를 찢어버리기도 했다.
오전 10시 정각 행안부 측이 공청회를 시작하겠다고 알리자 회의장에 들어온 과천 주민들은 "아직 바깥에 못 들어온 주민들이 있는데 공청회를 시작할 수 없다"며 의자를 집어 던지고 회의 테이블 위에 올라가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주민들은 "이럴 거면 정부가 과천을 왜 만든 겁니까", "천국 같은 과천이 하루아침에 지옥이 됐다"고 소리쳤다.
행안부는 애국가 제창과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등 회의 진행을 강행했으나 애국가가 흐르는 동안 격렬한 몸싸움과 고성이 이어졌다.
김희겸 행안부 기조실장이 비표를 받은 과천시민 40명이 모두 입장하면 공청회를 시작하겠다며 진정시키고 나서야 10시 15분께 공청회가 시작됐다.
박준하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 본부장은 세종시로 이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777명과 행정안전부 1천433명, 인천으로 이전하는 해양경찰청 449명 등 총 3개 기관 2천659명이 이전 대상 정부 부처라고 안건 설명을 시작했다.
과기부와 행안부는 내년 9월까지 세종시로 이전하고, 해양경찰청은 올해 안에 인천으로 옮기게 된다. 이전비용은 행안부·과기부 청사 신축 1천995억원, 사무실 임차료 및 이전비용 295억원 등 총 2천290억원이다.
행안부는 이달 말까지 이전 계획과 관련한 대통령 승인을 받아 관보에 고시하는 것으로 행정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찬동 충남대 교수는 "과기부 직원 700명 정도가 내려가지 않고 과천에 남아있으면 도움이 되겠지만, 이제는 과천이 가진 잠재력, 가능성 등을 갖고 지역 혁신을 해야 한다"며 "과기부는 원래 내려가기로 돼 있었던 만큼 중앙정부와 소통해 (지역 발전을 위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공동대표는 "2년을 앞당겨 과기부·행안부를 세종으로 이전시키는 데 300억원 가까운 예산이 든다"며 "조기 이전하면 어떤 사회적 비용이 어떻게 들어가는지, 그 효과는 무엇인지 정부가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정대로 2021년에 이전하면 그사이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거나, 도시계획도 다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언권을 얻은 한 과천시민은 "과기부 이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과천에 대한 배려나 지원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고 않은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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