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긴축 경쟁 촉발할까
"유로존·일본, 출구전략서 미국에 3년 뒤처져"
중국·호주 '현상 유지' 무게…브라질은 인하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미 연준이 연내 추가로 2~3회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유럽과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상에 신중을 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에선 실업률이 17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지고 연준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가 2.7%로 0.2%포인트 상향 조정되는 등 경기 개선 신호가 뚜렷하지만 다른 나라의 지표는 그다지 양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오히려 인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은 이달 초 기준금리를 각각 0%와 -0.1%로 동결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1.75%로 동결했으며 영국 중앙은행(BOE)도 22일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Selic)를 6.5%로 0.25%포인트 내렸다. 12차례 연속 금리 인하를 통해 기준금리를 1996년 도입 이래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의 이선 해리스 글로벌 경제 조사 부문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과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당분간은 목표치인 2%에 못 미칠 것이므로 ECB와 BOJ가 통화정책 정상화 면에서 연준에 약 3년 뒤처져 있다고 분석했다.
해리스 부문장은 향후 몇 년간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일상적인 현상이 되겠지만 ECB와 BOJ는 형식적인 인상에 그칠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일본 간 정책금리 격차가 추가로 많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ECB가 내년까지 정책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은행은 최소한 2020년까지 정책금리를 올리지 않은 채 국채 수익률 곡선만 소폭 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 위원 15명 가운데 과반인 8명이 연내 3차례 금리 인상론을 피력하면서 주도권을 지킨 점도 금리 인상 경쟁 우려를 완화시키는 부분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에 보조를 맞추는 경우가 많았던 다른 아시아 중앙은행들도 이번에는 당분간 관망세를 보이며 현상 유지를 택할 것으로 관측됐다.
전문가들은 낮은 인플레이션과 풍부한 외환보유액 덕에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한 신속한 금리 인상 필요성이 줄었다고 본다.
무역전쟁 발발 가능성도 금리 인상을 자제시키는 요인이다.
중국과 호주 등이 현상 유지에 적극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은 1~2월 산업생산과 2월 수출이 3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지만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월에 1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메르츠방크의 하오저우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금리를 인상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중국 내 시장금리가 이미 상당히 높은 데다 올해 경제가 과열되거나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위험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티식스의 응우옌 찡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이 금리 인상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미국과 동등할지가 문제"이라며 연준을 따르는 것보다 중앙은행들 자국 내 경제 지원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시아에서 자금 유출이 급증하면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인도는 올해 매파적(금리 인상 선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한국과 인도네시아도 연내 기준금리를 높일 것으로 전망됐다.
라보뱅크 인터내셔널의 휴고 얼킨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중앙은행이 포트폴리오 흐름을 주시할 것이라며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인상할지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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