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의 품격' 염기훈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게"
"경쟁도 필요하지만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
(더블린=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마흔이 되니 축구가 는다'는 (이)동국이 형의 마음을 저도 어느 정도 알 것 같아요."
축구 대표팀의 유럽 원정 평가전을 앞두고 21일(현지시간) 훈련지인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만난 '맏형' 염기훈(35·수원)은 나이가 들면서 "경기할 때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단순히 많이 해서 익숙해졌다는 뜻이 아니라 팀 내 경쟁심이나 욕심 등을 많이 내려놓고 경기에만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을 3개월도 안 남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염기훈은 "경쟁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서로 믿고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신태용 감독이 취임과 함께 '나이 불문' 선발 방침을 천명한 이후 오랜만에 대표팀에 승선한 염기훈은 함께 신태용 1기에 소집됐던 '네 살 형' 이동국(39·전북)이 빠진 이후 대표팀의 맏형이 됐다.
2년여 만의 A매치 복귀전인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등 출전한 경기마다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했고 결국 월드컵 엔트리 확정 전 마지막 대표팀에도 합류했다.
염기훈은 "대표팀에 들어오는 것 자체로 큰 영광"이라며 "노장으로서 신태용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제게 원하는 역할을 알고 있기 때문에 형으로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염기훈은 지난해 대표팀 합류했을 때부터 20대 시절 대표팀에서 함께 한 박지성, 이영표를 '맏형' 롤모델로 제시했다.
그는 "경기를 뛰고 나면 가장 유니폼이 더러웠던 게 그 형들이었다"며 "나도 형들에게 보고 배웠던 대로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면 후배들도 따라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경기가 안 풀리거나 혹은 주전 경쟁에서 뒤처져 동요할 후배들의 마음을 다잡아주는 것은 맏형 염기훈의 역할이다.
염기훈은 "저보다 개인적인 능력은 확실히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겸손하게 말하면서 "경기가 잘 안 되면 압박감이나 심리적인 부담을 느낄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두 번째 월드컵 출전을 꿈꾸는 염기훈 역시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경쟁선수들을 의식하기보다는 자기만의 플레이를 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경쟁상대인 다른 공격수들과는 스타일이 다르고 나만의 장점이 있다"며 "선발로 뛰든 후반에 투입되든 크로스나 프리킥 등 나만의 장점이 경기장에서 드러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팀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한 염기훈은 "월드컵 앞두고 선수들이 하려는 의지들이 높아서 그런지 어느 때보다 대표팀 분위기가 좋다"며 "나이가 어리든 많든 희생하려는 마음도 느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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