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1.5트랙 "정상회담 성공 강조"…비핵화 조건 제시 안돼(종합2보)
이틀간 회의 종료…"긍정적 분위기 속 건설적 의견 교환"
취재진이 "잘 돌아가세요"라고 외치자 北 최강일 손 흔들어 화답
(헬싱키=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남북한과 미국 간의 '1.5 트랙 대화'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포함해 남북·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폭넓은 논의가 이뤄졌다.
20∼21일 핀란드의 헬싱키 북부 반타에서 열린 이번 회담에서 3국 대표단은 "한반도 긴장완화와 정상회담의 성공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국 대표단의 김준형 한동대 교수가 밝혔다.
김 교수는 회의가 끝난 뒤 출국길에 헬싱키 반타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비핵화와 정상회담 등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여러 부분에 대해 포괄적으로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북측 대표단은 비핵화에 대해 직접적으로 의지를 나타내거나, 체제보장 방안 등 비핵화에 대한 반대급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남북미 모두 그럴 만한 언급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참석한 회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한국 미국 측에선 전직 관료와 학자들이 참석했지만, 북한에선 '미국통'인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 직무대행이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오는 5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이 양측 간 실무 준비작업에 반영될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김 교수는 "이번 회의가 정상회담을 돕는 모임이 되어야 하고,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함께 했다"면서 "정책에 책임지는 정부 당국자 간의 대화가 아닌 만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 측 역시 연구원 자격으로 왔기 때문에 자유롭게 견해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최 직무대행은 북한의 미국연구소 부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김 교수는 정부 측이 요청할 경우 회의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 교수는 "세부내용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이번 회의는 CBMs(신뢰구축조치)의 하나"라고 말했다.
회의에서 미국 측은 비핵화 조치를 위한 제안을 하기보다는 중립을 지키면서 남북한 간의 대화를 원활히 하도록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 참석자는 대부분 옛 민주당 정권과 연관된 인사들이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거리가 있다.
양 측은 사실상 이 모임을 정례화하기로 하고, 가까운 시일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김 교수는 "향후 의제와 토픽을 개발해 폭넓은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회의를 끝낸 뒤 핀란드 정부 측을 통해 발표문을 내고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남북한과 미국에서 6명씩 총 18명이 참석했다.
한국 측에선 김 교수를 포함해 신각수 전 주일 대사. 신정승 전 주중대사, 백종천 세종연구소 이사장,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 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김동엽 경남대 교수가 참석했다.
미국 측에선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 대사와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북한 전문가 봅 칼린 등이 참석했다.
김 국장대행 등 북한 대표단은 반타 공항의 출국 검색대를 통과할 때 30여m 떨어져 있던 연합뉴스 특파원이 "잘 돌아가세요"라고 크게 외치며 손을 흔들자, 같이 손을 흔들며 화답하기도 했다.
북한 대표단은 헬싱키에 3박 4일간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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