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서투른 대응으로 위기 증폭

입력 2018-03-21 17:02
페이스북, 서투른 대응으로 위기 증폭

블룸버그, 저커버그 등 침묵에 의문 표시…"대중과 소통에 문제"

"언론 보도 예정을 사전에 알고 선수치려다 역풍"…찔끔찔끔식 해명도 도마에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개인정보 유출 파문으로 위기를 맞은 페이스북이 언론의 보도 내용을 사전에 파악, 선수를 치려다 역풍을 맞는 등 서투른 위기 대응으로 화를 키웠다고 블룸버그닷컴이 20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뉴욕타임스와 가디언의 일요판인 옵서버가 페이스북 사용자 5천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을 17일 보도할 것이라는 점을 사전에 알고 2가지 조치를 취했다.

한 가지는 두 언론사에 서한을 보내 이번 사건이 위법한 개인정보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설명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 개인정보를 무단 활용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를 페이스북에서 퇴출했다고 자사 블로그를 통해 공지함으로써 두 언론사의 보도를 희석하려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그러나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퇴출을 알린 성명은 도리어 페이스북이 이미 이전에 이 문제를 조사한 게 아니냐는 인상을 줌으로써 역풍을 불렀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사실은 페이스북이 미리 알았던 게 아니라 이튿날 보도 예정인 두 언론사의 기사에 담긴 정보를 듣고 능동적 대처 인상을 주기 위해 퇴출 조치를 취한 것이었는데 언론 보도의 파장을 키우는 결과가 됐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퇴출 조치의 막후에서 두 언론사에 보낸 서한을 통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게 17일 드러남으로써 역풍이 더 커졌다. 옵서버의 한 기자가 트위터에서 "어제 페이스북이 우리를 고소하겠다고 위협했지만, 오늘 우리는 기사를 내보낸다"며 관련 기사에 연결한 것이다. 거의 1만5천 명이 이 글을 공유했다.

페이스북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퇴출을 발표한 선제 대응의 긍정적 효과가 있었더라도 그마저 까먹는 결과가 됐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도 페이스북으로부터 서한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으나, 이를 고소 위협으론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위기관리 실패엔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와 최고운영자인 셰릴 샌드버그의 침묵도 한몫했다. 최고보안책임자인 알렉스 스타모스가 러시아의 역정보 활동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두고 샌드버그를 비롯한 다른 경영진과 의견 충돌을 빚은 결과 페이스북을 떠나기로 했다는 뉴욕타임스의 19일 보도도 도움이 되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페이스북 임원들 대부분은 오랫동안 심층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고사하고 이렇다 할 인터뷰조차 갖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한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주가가 폭락하고 미국과 영국 의회로부터 압박이 쏟아지자 페이스북은 사실은 자체적으로 충분한 정보를 파악한 게 없어서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페이스북은 역시 자사 블로그를 통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개인정보의 삭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디지털 부검에 동의했으나 정보 유출 사실을 언론사들에 제보한 크리스토퍼 와일리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비난 여론의 초점이 와일리로 옮겨갈 것을 기대한 것이었으나 페이스북이 발표했을 땐 이미 영국 당국의 감사관이 자체 조사를 위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런던 사무소에 도착해 있었기 때문에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페이스북은 이전에도 서투른 대응으로 사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페이스북이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은 통상, 신중하게 작성한 블로그 글로 시작해 트위터를 통한 하위 임원진의 해명과 변호로 이어지지만, 이 방식이 늘 통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초 미국 정부가 페이스북을 이용해 미국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러시아인 13명을 기소했을 때 페이스북 광고담당 임원이 나서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 측의 페이스북 광고 목적은 미국 유권자들의 분열에 있었으며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는 식으로 해명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활용하는 바람에 큰 논란을 낳은 게 단적인 사례다.

지난해는 러시아 측의 역정보 활동에 대한 조사 사실을 발표하면서 4월엔 러시아를 적시하지 않았고, 10월 발표 때는 러시아 측 광고를 본 페이스북 사용자 수를 1천만 명으로 밝혔다가 그달 후반엔 1억2천600만 명이라고 했으며 그 다음 의회 증언에선 1억5천만 명으로 다시 수정하기도 했다.

최고보안책임자 스타모스는 이 과정에서 좀 더 솔직하게 털어놓자는 입장이었으나 소수파로 몰리는 경우가 많았다.

블룸버그는 저커버그와 샌드버그가 이번 사태에 대한 페이스북의 내부 조사와 검토가 완료될 때까지는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전하면서 그때까지는 페이스북의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한 의문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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