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킨스, 이슬람권에 저서 무료배포…아랍권 무신론 확산에 고무

입력 2018-03-21 10:49
도킨스, 이슬람권에 저서 무료배포…아랍권 무신론 확산에 고무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이슬람권에 무신론 바람?".

영국의 진화론자이자 무신론자인 리처드 도킨스(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최근 일부 아랍권에 일고 있는 무신론 사조에 고무돼 이들 지역에 자신의 저서를 무료 배포하는 등 적극적인 무신론 '포교'에 나섰다.

도킨스는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이른바 종교의 창조론과 대척점에 선 자신의 저서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의 비공식 아랍어 파일이 무려 1천300만 회나 다운로드된 사실에 크게 고무돼있다면서 아랍어와 우르두어(파키스탄), 파르시어(이란) 및 인도네시아어 등으로 된 자신의 저서 파일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킨스가 기독교에 이어 근래 이슬람에 대해서도 맹비판을 제기해온 점에 미뤄 그의 저서에 대한 이슬람권의 높은 관심은 이례적이다.

도킨스는 이 책에서 "개인이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이상이지만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단언하면서 자신은 이 책을 읽는 열린 마음의 독자들이 종교의 해악에서 완전히 탈출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2006년 출간된 이 책은 전 세계에 330만 부가 팔렸는데 도킨스가 믿고 있는 아랍권 비공식(불법) 다운로드 횟수는 이를 크게 능가하는 것이다.

도킨스는 최근 자신의 '이성과 과학 재단'과 합병한 워싱턴 DC의 탐구센터(CFI)가 이란과 다른 아랍권에서 일고 있는 무신론 추세를 고려해 자신의 저서를 전자서적 형태로 번역하는 체계적인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의 무신론 저서가 아랍어와 우르두, 파르시 기타 언어로 번역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첫 번역 대상은 '에덴 밖의 강'(River Out of Eden)으로 찰스 다윈의 진화론적 관점에서 생명을 조망한 것으로 도킨스의 가장 짧은 저서이다.

CFI는 기존에 합법적으로 번역된 책과는 별도로 새로운 번역본을 연말까지 웹사이트에 올려놓을 계획이다.

도킨스는 "우리는 나라가 아닌 언어를 고르고 있다"면서 " 그러나 대부분의 우르두어 파일은 파키스탄에서, 인도네시아어 파일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그리고 파르시어 파일은 이란에서 다운로드될 것으로 상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교 비판론자인 도킨스는 앞서 이슬람을 '세계에서 가장 사악한 종교'로 지칭한 바 있다. 그는 그러나 모든 무슬림(이슬람 신도)들이 사악하다는 의미는 아니며 오히려 그들이 누구보다 이슬람으로부터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킨스는 이슬람의 여성혐오와 동성애혐오, 그리고 배교자 살해 등을 맹비난해왔으며 지난해 자신의 이러한 반이슬람 태도를 이유로 캘리포니아의 한 라디오방송이 예정된 자신과의 행사를 취소하자 방송사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무슬림들, 특히 여성 신도들이 압제적인 이슬람교 잔혹성의 가장 주요한 희생자들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기독교를 비판해왔음을 지적하면서 이슬람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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