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대선에 친서방 성향 주카노비치 전 총리 출사표
내달 15일 선거서 親러시아 야권 후보와 경쟁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발칸 반도의 전략적 요충지인 몬테네그로 대선에 밀로 주카노비치(56) 전 총리가 출사표를 냈다.
주카노비치 전 총리는 19일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사회민주당(DPS)의 공식 지지를 받아 내달 실시되는 대선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1991년 불과 29세의 나이에 유럽에서 가장 젊은 총리가 된 주카노비치 전 총리는 이후 총리 6차례, 대통령직 1차례를 수행하며 약 25년 간 권력을 유지해 발칸 반도에서 최장수 지도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암살 기도 등으로 얼룩진 2016년 10월 총선에서 DPS의 박빙 승리를 이끈 뒤 자리를 측근인 두스코 마르코비치 현 총리에게 물려주고 정계 일선에서 물러났다.
몬테네그로 경찰은 당시 총선 직전에 주카노비치 전 총리를 노린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 국적자 20여 명을 체포했다. 주카노비치 전 총리는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지목한 바 있다.
주카노비치 전 총리는 이날 대선 출마를 발표하며 "몬테네그로가 지금까지 쌓아온 유산, 몬테네그로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으로 결단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달 15일로 예정된 총선에서 친(親)러시아 성향의 민주전선과 몬테네그로 민주당 등 야권의 후보로 나선 사업가 믈라덴 보야니치와 경쟁하게 된다.
몬테네그로에서 임기 5년의 대통령직은 큰 실권 없는 상징적인 자리지만, 친서방의 기수인 주카노비치 전 총리가 승리할 경우 현 정부가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개혁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62만명의 몬테네그로는 옛 유고연방에서 분리된 나라 가운데 가장 작은 국가로,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작년 6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일원이 됐다. 몬테네그로는 2012년부터 EU 가입을 위해서도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편, 주카노비치 전 총리는 친서방 정책을 앞세워 몬테네그로의 개혁·개방을 이끌고, 2006년 세르비아에서 평화적인 분리 독립을 지휘하는 등 통치 기간 상당한 업적을 남겼으나, 반대파로부터는 부패와 정실인사, 경제실패 등에 책임이 있다며 비난을 받아왔다.
그는 1990년대에 담배 밀수 혐의로 이탈리아 당국의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으나, 혐의를 부인해왔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