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문제 터놓고 얘기"…사우디 왕세자-미 쿠슈너는 '절친'

입력 2018-03-20 18:18
"중동문제 터놓고 얘기"…사우디 왕세자-미 쿠슈너는 '절친'

1년전 백악관 만남 이후 사적으로 통화…트럼프 사우디 방문에도 영향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무함마드 빈살만(33)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이자 백악관 선임보좌관인 재러드 쿠슈너(37)와 친분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도착한 무함마드 왕세자는 방미 기간 쿠슈너와 수차례 식사를 함께 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사우디의 동맹관계가 더욱 끈끈해진 배경에는 쿠슈너와 무함마드 왕세자의 역할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돼왔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 무함마드 왕세자와 쿠슈너가 1년 전부터 친분관계를 형성해온 과정을 조명한 기사를 내보냈다.

두 사람의 지인들에 따르면 무함마드 왕세자와 쿠슈너는 작년 3월 미국 백악관에서 점심을 함께 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우정을 쌓았다.

당시 부왕세자 신분이었던 무함마드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미국을 방문한 사우디의 최고위급 인사였다.

백악관 만남 이후 무함마드 왕세자와 쿠슈너는 수개월 동안 자주 사적으로 전화통화를 하며 상의했다고 WP는 소개했다.

둘은 모두 30대로 젊어서 쉽게 친구가 될수 있었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을 비롯한 중동 현안에 관심이 많았다.



이들의 친분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작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외국 순방지로 사우디를 선택한 데는 쿠슈너의 영향력이 컸다.

그때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나 짐 매티스 국방장관은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사우디 방문을 반대했지만 쿠슈너는 장인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쿠슈너는 작년 10월 말에는 사우디를 비공식적으로 찾아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났다.

미국 정부는 쿠슈너가 사우디를 방문한 목적이 중동 평화의 계획을 토론하기 위해서라고 밝히면서 구체적으로 누구를 만났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이후 중동 정세를 뒤흔든 굵직한 사건이 잇따랐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해 11월 초부터 반부패를 명분으로 왕자들과 전·현직 장관급 고위인사, 사업가 등을 대거 체포했다.

특히 체포된 고위인사 중에는 사우디의 억만장자 왕자인 알왈리드 빈탈랄 킹덤홀딩스 회장이 포함됐다.

알왈리드 왕자는 2016년 미국의 대선 운동 기간에 트럼프 후보를 "미국의 수치"라고 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의 숙청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거사'를 치르기 전에 쿠슈너와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지난해 1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발표해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의 분노를 샀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에는 유대교 신자인 쿠슈너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함마드 왕세자와 쿠슈너의 인연이 외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한다.

쿠슈너의 측근들은 쿠슈너와 무함마드 왕세자의 개인적 친분이 비전통적이지만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중동의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미국 정부의 일부 관료들은 대통령의 사위가 외교정책에서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걱정하고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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