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중 전화기 사용 등 고위험군 운전자, 충돌사고 2배 잦다
미국서 실제 운전행태 대규모 조사…"71% 저위험군 보험료 불공정"
휴대전화 중독형 12%, 급가속·제동 9%, 속도광 8%…"개인별 보험료 산정에 반영해야"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국에서 운전자 230만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 결과 운전 중 휴대전화기 사용, 급가속·급제동, 과속 등의 위험한 운전행태를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이 보임으로써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운전자가 30% 가까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조사는 운전자들의 휴대전화에 설치된 앱을 통해 직접 운전습관을 감지, 기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기존의 설문 조사 방식과 달리 실제 운전습관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생 기술업체 젠드라이브(Zendrive)가 석 달간에 걸쳐 운전자 230만 명이 총 56억 마일(89억6천만 km)을 운전하는 동안 보인 운전행태를 분석,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운전자 중 12%가 '휴대전화 중독형'으로 분류됐다. 이들은 운전 중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거나 통화하는 시간이 전체 조사 대상의 평균보다 3.2배나 많았다.
고위험군 가운데 '욕구불만의 급가속·급제동형'이 전체 운전자의 9%를 차지하며 뒤를 이었다. 이들은 100마일당 공격적인 가속과 급제동 횟수가 평균보다 2.9배 많았다.
과속을 일삼는 '속도광형'도 8%로 비슷한 비중을 차지했다. 이들은 평균적인 운전자보다 과속 빈도가 5.9배 많았다.
나머지 71%는 동네 나들이형, 출퇴근 전문형, 주말여행형 등으로 저위험군에 속했다.
고위험군에 속하는 운전자들은 도로에서 사람을 치거나 다른 자동차와 부딪히는 충돌사고를 저위험군보다 2배 이상 많이 일으켰다.
젠브라이브는 2016년 1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운전자 230만 명에 대해 수집한 자료를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이러한 결과를 내놓았다. 첫 2주간 운전행태를 기반으로 각 운전자를 휴대전화 중독형 등으로 분류한 뒤 나머지 2개월 반 동안 충돌사고 건수를 유형별 운전자 숫자로 나눠서 위험도를 평가했다.
자동차 보험회사와 차량호출 업체들에 관련 자료를 판매하는 젠드라이브는 연령이나, 결혼 여부, 지리 등 간접적인 변수가 아닌 운전자들의 실제 운전행태를 근거로 위험도를 파악했다는 데 이번 조사 결과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고위험군의 사고 빈도를 볼 때 "71%에 해당하는 저위험군 운전자들의 보험료를 매년 불공정하게 올리는 것은 고위험군 운전자들의 보험료를 이들로 하여금 보조하게 해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각 운전자의 핵심적인 운전 행태상의 문제점을 파악해 그에 따라 보험료를 매기는 모델을 개발하면 그것이 운전자들의 나쁜 운전습관을 고치는 요인으로 작용해 생명과 돈을 아끼는 길이 될 것이라고 이 업체는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이 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특히 음주 운전, 과속 등에 못지않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미국에서 수십 년에 걸쳐 도로교통 사망자 수가 꾸준히 줄어왔는데 2014년부터 2016년 사이에 반전해 14.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 게 휴대전화 사용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특히 보행자, 자전거와 오토바이 탑승자 사이에서 사망자가 급증했는데, 이들은 문자 메시지 판을 보고 있는 운전자들이 놓치기 쉬운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 매체는 또 젠드라이브의 조사 결과마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의 문제점을 실제보다 과소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사용 여부를 감지하는 앱은 호주머니에서 꺼내 드는 동작 등 휴대전화가 실제 이동하는 것만 감지한다. 따라서 계기판 거치대에 놓인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경우는 이 조사에서 포착되지 않았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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