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스탈린 칭호' 획득…"종신집권 대로 열렸다"
러시아 존립 지킬 레닌·스탈린급 영도자로 선전
"개헌하거나 최고지도자직 신설…시진핑 선례 따를 것"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선에서 압도적인 득표율로 4선에 성공하면서 종신 집권자의 길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됐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평가했다.
러시아 헌법은 대통령의 3연임을 금지하고 있어 푸틴 대통령은 4기 임기가 끝나는 2024년에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그러나 친(親)푸틴 진영에서는 이번 대선 압승은 푸틴 대통령이 6년 임기의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넘어 서방의 공격에 러시아의 존속이 위협받을 때 나타나는 러시아 국민의 지도자로서의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 관영 RT 방송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은 푸틴 대통령이 '대통령'에서 "우리의 지도자(보즈드·vozhd)"가 됐다고 썼다.
보즈드는 과거 30년 이상 권좌에 있던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부를 때 사용했던 말이다.
이 말의 어원에는 중세 유럽 봉건사회 농노들의 주인이라는 뜻이 함축돼 있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공산주의 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이나 스탈린 서기장을 지칭하는 말로 받아들여진다.
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LDPR) 당수로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는 국영 TV에 "이번 선거가 마지막 선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분석가 콘스탄틴 가제는 "종신 대통령으로 가는 길 또는 러시아 지도자로서 다른 종류의 종신직으로 가는 길이 오늘 열렸다"고 평가했다.
WP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푸틴 대통령이 자신이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거나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처럼 자신을 최고국가지도자로 만들 새로운 지위를 만들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고 전했다.
지리노프스키는 대선 후 인테르팍스 통신에 푸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선례를 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 주석은 최근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 임기 제한 조항을 삭제, 장기집권의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협력자들은 푸틴 대통령의 이번 대선 승리를 서방의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묘사하며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최근 국제적 공분을 일으킨 영국 내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을 비롯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 미국 대선 개입 의혹, 시리아 문제, 올림픽 도핑 스캔들 등이 모두 러시아를 억압하기 위한 서방의 공격이라는 주장이다.
변호사 알렉세이 푸시코프는 "서방에서 푸틴을 악마로 묘사한 것이 러시아에서 역효과를 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타블로이드 신문 콤소몰크카야 프라우다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인들이 서방에 대해 가진 "축적된 불만에 대응하라는 엄청난 요구"에서 생겨난 거대한 새 권한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푸틴은 이제 그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는 국민의 뜻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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