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같은 프랑스 난민촌의 일상…'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영국과 영불해협을 사이에 둔 프랑스의 항구도시 칼레.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 '칼레의 시민'들로도 친숙한 이곳에는 '정글'로 불리는 유럽의 대표적인 난민촌이 있다.
영국으로 가려는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들이 모여들며 형성된 난민촌에는 한 때 1만명 정도까지 난민이 몰려들었지만 열악한 인권 상황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프랑스 정부는 2016년 10월 난민촌을 철거했다.
신간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푸른지식 펴냄)은 난민촌 철거 전 그곳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영국의 만화가이자 작가인 케이트 에반스가 직접 보고 들은 '정글'같은 난민촌의 일상을 만화로 그린 작품이다.
유럽에서 심각한 정치·사회문제가 됐지만 우리에게는 피부로 잘 와 닿지 않는 난민 문제에 대해 생각 거리를 던지는 책이다.
임시 천막이 가득한 난민촌의 생활은 열악하다. 식수는 오염됐고 쓰레기와 오물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 5천 명이 사는 곳에 화장실은 24곳에 불과하다. 208명이 화장실 1개를 나눠 써야 하는 셈이다.
경찰은 이들을 퇴거시키기 위해 어느 날 밤 자는 사람들에게 최루가스를 뿌리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사람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책은 끝이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난민들의 모습도 함께 보여주며 난민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
저자는 "당신에게 어린아이가 있고 당신이 사는 나라에 전쟁이 일어나고 도시에 폭탄이 투하된다면 어떤 부모가 떠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영국은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200만 파운드를 들여 2016년 9월 칼레 항구 주변에 4m 높이의 장벽을 세웠다. 그러나 저자는 "수백만 파운드의 비용을 들여 칼레에 울타리를 치고 감시를 강화하는 일은 물이 흐르는 개수대를 마개로 틀어막는 일과 같다"며 영국 정부를 비판한다.
"영국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자행한 폭격은 각각 100만파운드의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추산된다. 난민 위기를 촉발한 전쟁에는 자금을 동원할 수 있어도 난민의 고통을 경감하기 위한 자금은 확보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황승구 옮김. 184쪽. 1만8천원.
zitro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