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 문화' 잡겠다는 보건당국…간호업계는 "실효성 의문"(종합)
복지부 "이행여부 모니터링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이른바 '태움' 문화로 대변되는 간호계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를 개선하고 부족한 간호인력을 확충하고자 보건당국이 대책을 내놓았지만 대부분 강제규정이 아니어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신규 간호사 확대, 입원 병동 간호사의 야간근무수당 추가지급을 위한 건강보험 수가 신설, 태움과 같은 인권침해 행위 시 면허정지 등의 처분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20일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간호인력 확대와 처우 개선을 동시에 실시, 경력 간호사가 의료현장에서 떠나지 않도록 막으면서 신규 인력은 계속 공급해 전반적인 근무환경을 개선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태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력 문제와 처우 개선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는 간호업계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송명환 대한간호협회 정책국장은 이에 대해 "정부가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에 관심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는 건 긍정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들 대책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대부분의 정책이 '가이드라인' 마련과 권고, 이행사항 모니터링 수준이어서 의료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처우 개선으로 이어질지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내놓은 대책에는 간호서비스 건강보험 수가 개선에 따른 추가수익금을 간호사 처우 개선에 사용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야간근무수당 추가지급을 위한 수가를 신설하면서 야간근무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고 돼 있다.
또 태움의 원인으로 지적된 신규 간호사의 업무 부적응 문제를 완화하고 경력 간호사들의 교육부담을 줄이기 위한 신규 간호사 교육·관리 가이드라인도 제정키로 했다.
송 국장은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처벌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향후 법률 개정이나 재정적 지원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역시 이러한 업계 안팎의 지적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우선 제시한 가이드라인 이행 여부를 꼼꼼히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곽순헌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일단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뒤 이행 안 됐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는 추가로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라며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수가) 환수, 지급 보류 등의 조치를 추가로 해야겠지만 우선 업계를 믿고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간호대 정원을 늘려 신규 간호사 배출을 확대한다는 데 대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김소선 서울시간호사회 회장은 "단순한 양적 해법만으로는 인력난이 해결되지 않는다"며 "적정한 처우 개선이 선행되고, 나아가 제대로 된 실습병원을 확보한 간호대학에서 질 좋은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지원이 있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오히려 입원관리료에서 25%를 차지하는 간호 수가를 별도로 책정해 수가확대의 혜택이 간호사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보상과 근로환경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가"라며 "간호행위에 기반을 둔 독립된 간호 수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과거 정부가 간호사 처우 개선보다는 인력 배출만 늘렸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번 정책은 처우를 개선한다는 전제하에 인력을 확대한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정책 방향에 대해 간호업계에서도 일부 동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큰 틀에서 이번 대책의 취지에 동의하고 환영한다"면서도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과 법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면서 "대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관련 법률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인력 중심으로 수가를 개편해 의료기관을 유인해야 한다"며 "의료기관의 근로기준법 준수, 재정지원과 교육 제도 개선을 위한 타 부처의 협조 등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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