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미 텍사스 폭파범…이번엔 '트립와이어'로 덫 놓아

입력 2018-03-20 00:08
수정 2018-03-20 06:50
진화하는 미 텍사스 폭파범…이번엔 '트립와이어'로 덫 놓아

흑인·히스패닉계 노린 앞선 3건과 달리 백인 남성들이 피해자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텍사스 주(州) 주도 오스틴을 공포에 떨게 하는 '연쇄 소포 폭탄' 사건 용의자가 네 번째 폭발에는 철사를 덫으로 놓는 '트립와이어'로 폭탄을 터트린 것으로 드러났다.

군사용어로는 인계철선이라고도 부르는 트립와이어(tripwire)는 보행자나 차량이 철사를 건드리면 기폭 장치가 작동되는 수동식 폭파 기법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전날 저녁 오스틴 남서부 주택가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20대 남성 2명이 주변에서 폭발물이 터지면서 크게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다.



오스틴에서는 지난 2일과 12일 소포 폭탄이 터지는 사건이 잇달아 3건 발생해 주민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경찰은 이번 사건도 앞선 3건과 동일범의 소행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범행 방식과 피해자의 인종이 달라져 사건이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앞선 세 사건은 주택 현관문 앞에 놓인 소포에서 폭발물이 터지는 공통점이 있었다. 소포 상자를 열면 스프링에 의해 뇌관이 터지는 파이프 폭탄 형태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번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철사를 덫처럼 놓아두고 지나가는 행인을 노린 방식으로 바뀌었다. 철사를 건드리면 연결된 상자 속의 폭발물이 터지는 방식이다.

먼저 일어난 세 번의 폭발 사건이 모두 오스틴 시내 동부에서 벌어진 반면 이번에는 한참 떨어진 남서부에서 일어났다.

동부는 흑인·히스패닉계 거주 지역이고 남서부에는 백인이 주로 거주한다.

경찰은 전날 다친 두 명이 모두 백인이라고 말했다.

앞선 피해자 중 숨진 39세 남성과 17세 학생은 둘 다 흑인이고 오스틴 지역 흑인 커뮤니티 지도자와 관련돼 있는 사람들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인종주의 또는 증오 범죄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보고 수사해왔다.

세 번째 피해자는 75세 히스패닉계 여성이었다.

브라이언 맨리 오스틴 경찰국장은 ABC 방송에 "트립와이어 기폭 장치는 전혀 다른 수준의 기술"이라며 "지난 2주간 일어난 폭발 사건의 연결선상에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쇄 폭발로 오스틴 시내 일부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경찰은 주민에게 불필요한 외출을 삼갈 것을 권고했다.

오스틴에서는 지난 주말 세계 최대 음악축제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WSX)가 막을 내렸다. 음악 팬 수만 명이 운집하는 축제 현장에서는 폭발 사고가 없었다.

주말 힙합밴드 '루츠'의 공연이 폭파 위협으로 취소됐으며, 20대 중반의 협박범이 검거됐으나 소포 폭탄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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