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공연장 뚫고 TV로…홈쇼핑·오디션 등과 결합

입력 2018-03-20 07:10
수정 2018-03-20 09:22
뮤지컬, 공연장 뚫고 TV로…홈쇼핑·오디션 등과 결합

뮤지컬 주인공 TV 오디션으로 선발…홈쇼핑서는 뮤지컬 티켓 '매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국내 뮤지컬 시장이 TV 오디션이나 홈쇼핑 등을 적극 활용하며 관객층을 '마니아'에서 '불특정 다수'로 넓히려는 시도를 잇따라 하고 있다.

과거 TV 스타를 무대에 기용하며 화제를 만들어냈던 마케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뮤지컬 배우와 작품 자체를 TV에 노출함으로 다양한 관객층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우선 오는 5월 18일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오는 23일부터 MBC드라마와 MBC뮤직 등을 통해 방송되는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 '캐스팅 콜' 우승자를 남녀 주연 배우로 기용한다.

최근 인기를 누리는 경연 프로그램 형식을 뮤지컬에 도입한 사례다. 방송사들은 긴장감 가득한 경합 과정과 지원자들의 인생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칠 수 있고, 뮤지컬 제작사는 방송이 흥행할 경우 그 화제를 그대로 무대로 옮겨올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배우로서도 단숨에 대중적 관심과 인지도를 얻을 기회가 될 수 있다.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20일 "TV는 마니아층이 아닌 일반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TV도 최근 새로운 인물이나 소스를 뮤지컬 쪽에서 많이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JTBC의 '팬텀싱어', KBS의 '불후의 명곡', MBC의 '복면가왕' 등 TV 보컬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뮤지컬 배우들이 대중적 인기를 끈 것이 이 같은 TV와 뮤지컬의 결합에 가속도를 붙였다.

공연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팬텀싱어' 등이 성공하면서 공연과 예능의 결합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다"며 "색다르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TV로 뮤지컬 주인공을 선발하는 쇼는 글로벌한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영국 BBC가 황금 시간대에 웨스트엔드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여주인공을 찾는 프로그램을 편성한 것을 비롯, '리걸리 블론드'의 금발 여주인공, '올리버!'의 아역 배우 등도 방송 리얼리티 쇼를 통해 선발됐다.

TV는 새 뮤지컬 스타를 만들어내는 통로뿐 아니라 직접 티켓을 파는 창구로도 인기를 높이고 있다.

최근 현대홈쇼핑을 통해 판매한 뮤지컬 '시카고'는 새벽 시간대에 방송됐음에도 4억3천만원어치의 매출을 기록하며 매진됐다.

1시간 동안 진행된 홈쇼핑 방송에서 VIP석 예매권은 10분 만에, R석 예매권은 방송 45분 만에 매진되며 총 7천200장이 판매됐다. 방송 시간 동안 VIP석(정가 14만원)과 R석(12만원) 예매권이 50% 할인 판매된 점, 최정원과 남경주, 아이비와 같이 대중들에게 친숙한 스타들이 직접 출연해 쇼케이스 같은 무대를 펼친 점 등이 흥행 요소로 분석된다.

최승희 신시컴퍼니 홍보팀장은 "불특정 다수가 본다는 것이 TV의 가장 큰 특징이기 때문에 제작사라면 누구나 활용하고 싶은 매체일 것"이라며 "수수료 등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중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시카고'나 '맘마미아' 같은 작품의 경우 고려해볼 만한 채널"이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타이타닉'에 이어 오는 25일 '닥터지바고'를 판매하는 롯데홈쇼핑은 "공연과 방송과의 협업을 통해 티켓 예매처의 다양화는 물론 뮤지컬 장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문화 콘텐츠 소비층을 확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