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청년 목숨 앗아간 붕괴사고…18m 높이 작업대 '와르르'(종합)
삼성전자 창고 공사현장서 5명 사상…"포 쏘는 듯한 소리 나더니 무너져"
(평택=연합뉴스) 강영훈 권준우 기자 = "전차에서 포를 쏘는 듯한 소리가 들려서 내려다보니 이미 아수라장이었어요."
19일 고소 작업대 붕괴사고로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친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삼성전자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다른 작업을 하던 A씨는 사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물류창고 지붕 위에서 시설 설치 작업을 하던 A씨가 굉음을 듣고 지붕 창문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본 순간 작업대는 이미 모두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그는 "곧바로 무전기에서 '전 인원 집합하라'는 지시가 들렸고, 하청업체마다 인원 체크를 한 뒤 작업을 서둘러 마무리했다"며 "무너진 작업대 더미에는 사람이 갇혀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무너진 작업대는 사고 이전 특별한 이상을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공사현장이 외벽으로 둘러싸이지 않고 일부 외부에 노출된 공간이 있어 이날 비바람이 강하게 불자 몇몇 근로자들은 작업하지 않았다.
A씨는 사망한 김모(23)씨에 대해서는 "천장, 지붕 등 부분마다 담당 하청업체가 달라 알지 못하지만, 대학생이 숨졌다고만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대학생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군 복무로 인한 휴직 기간을 제외하면 고등학교 졸업 직후부터 이날까지 가족과 떨어져 외지에서 일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이날 사고는 오후 2시 16분께 숨진 김씨를 비롯한 근로자 5명이 천장 전기조명 등을 설치하려고 서 있던 높이 18m, 길이 30m짜리 철골조 작업대 상판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숨진 김씨와 곽모(37)씨 등 사상자들은 3곳의 하청업체에 각각 소속된 근로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상자 4명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하청업체 측은 "좀 전에 연락을 받고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사고 이후 작업 근로자들은 대부분 철수한 가운데 경기도 기동안전점검단과 경찰이 사고 경위를 조사했다.
사고 현장에서 30여m 떨어진 물류창고 공사장 출입문은 현재 철제펜스가 설치된 상태에서 보안담당 직원이 배치돼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노승만 삼성물산 부사장은 "이번 사고는 모두 저희 잘못으로,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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