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형 금통위원 "최저임금 인상 바람직…장기 생산성 높여야"(종합)
"생산성 증대 없이 임금상승률 빨라지면 수출증가 저해, 내수 악화'
"금리 과잉인하 아니다…금리 조절, 추경과 연계되는 것 아냐"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이일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19일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바람직하다"며 "지속가능한 결과를 얻기 위해선 생산성 증대를 통해 임금이 시장에 의해 조절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이날 서울시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교역재 부문 대비 비교역재 부문의 가격·임금이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교역재에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이 주로 해당하고 비교역재에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서비스업, 그중에서도 자영업이 많다.
선진국에선 교역재·비교역재 부문의 상대가격이 세계 평균과 유사하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격차를 메우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임금 인상과 함께 생산성이 같이 올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생산성 증대 없이 교역재 부문 임금 상승률이 빨라진다면 경쟁력이 하락하고 수출 증가를 저해할 것"이라며 "이는 실질실효환율 절하, 비교역재 부문 임금의 실질 구매력을 축소시켜 결국 내수도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근본적인 변화 없이 명목 가격, 임금을 조정하는 것만으론 단기적 효과만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산성 증대 방안으로는 "노동시장 문제 등 구조적으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제조업 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나 2000년대와는 달리 단위노동비용 상승률이 더 가팔라서 상대적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며 "우리 수출물량 증가율이 세계 무역물량 확대보다 저조한 것과도 관련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통화·재정정책 적절한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거시경제정책 운용 과정에선 민간·정부 부채 급증이라는 비용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봤다.
이 위원은 "부채가 증가하는 현상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경제 성장과 연결되지 않은 부채는 문제"라며 "경기 반등이 일시적이고 지속 가능하지 않으면 경제에 부담을 가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주택 시장 활성화 정책 후 부동산임대업 사업자 수가 증가했다가 주택 과잉공급과 관련 폐업자 수 증가로 이어진다면 일시적 경기 개선에 따른 대가가 과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내 상황에 관해 "2014년 부동산임대 사업자가 늘었고 2016년 폐업자 수가 증가했다"며 "(주택시장 활성화 정책 영향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지만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준금리 인하가 과도했느냐는 질문에는 "물가상승률 목표제를 도입한 국가로서, 물가 상승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과잉인하했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위원은 우리나라 정부 투자가 여타 선진국과 유사한 성장률을 보이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율은 높다고 지적하며 "더 많은 투자보다 투자 효율성 제고가 필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최근 정부의 4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움직임과 관련해 한은 기준금리 인상도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에는 "금리는 중기적·전체적인 기조를 보고 하는 것"이라며 "정부 지출이 늘었다 줄었다 할 때마다 금리를 바꾸면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한국도 오르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미국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선진국 통화정책 기조가 바뀐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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