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들 삶과 생각…편견 없이 보여주는 소설"

입력 2018-03-20 07:05
수정 2018-03-20 09:22
"북한 사람들 삶과 생각…편견 없이 보여주는 소설"

이정 작가, 장편소설 '압록강 블루'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현재 북한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제가 아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장편소설 '압록강 블루'(서울셀렉션)를 펴낸 이정(62) 작가는 1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소설을 쓴 의도를 이렇게 밝혔다.

작가는 10년 가까이 분단문학에 천착하며 평양과 중국 동북 지방을 오간 경험을 녹여 이 소설에 북한 사회의 현재 모습을 담담하게 그렸다.

그는 경향신문 민족문화네트워크 연구소에서 부소장으로 일하며 북한을 7차례나 방문했고, 2006년에는 중국 선양에서 북한 애니메이터들과 함께 단편 애니메이션 '새'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 남북합작사업 경험이 이번 소설의 큰 줄거리가 됐다.

소설은 남한 애니메이션 감독 오혜리가 북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애니메이션 합작사업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혜리는 북한 내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판단하에 중국으로 북한 애니메이터들을 데려오려고 하지만, 북한 당국의 허가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북한 측 제작진의 핵심인 로일현이 친구의 탈북에 연루된 혐의로 수난을 겪고 남북관계 역시 최악의 상태가 되면서 합작사업은 중단된다.

일현은 원래 조국과 당에 충직한 지식인이었으나,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과 가족의 삶이 점점 더 비참해지자 조국을 등지고 탈북을 결행한다. 합작이 중단된 뒤 선양으로 스튜디오를 옮겨 제작을 계속하던 혜리는 일현과 우연히 재회하고 두 사람은 다시 힘을 합해 애니메이션 제작을 마무리한다.

"제가 실제로 남북합작사업을 해보니 어려움이 정말 많았습니다. 북한이 우리랑 다른 부분이 너무 많아요. 작업의 기술적인 측면이나 정치체제 측면에서나 다 그렇죠. 남북간 협력사업이 앞으로도 계속 있을 텐데, 우리가 북한의 속을 한 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 이 소설을 쓰게 됐습니다."

작가는 좋은 명분을 앞세워 남북협력사업에 무조건 뛰어들기 전에 여러 조건과 가능성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 쪽에서 섣부른 환상을 좇아서 북과 사업하려는 경우가 많아요. 지하자원 채굴 사업 같은 것이 대표적이죠. 북한에는 자동차가 없어서 우리가 자동차를 사줘야 하고 길도 내줘야 하고 필요한 것을 다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줘도 결국 그 사업이 돈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은 사업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다시 한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교육을 많이 시켜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없거든요."

작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북한에 관해 너무 모르고, 북한에 관한 얘기를 어떤 편견을 갖고 듣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제가 직접 북한에 가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해줘도 그걸 거짓말로 여기거나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탈북자 증언들도 못 믿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런데 북한을 정직하게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남과 북의 사람들이 서로 다르지만, 그 다름을 인정하고 출발을 해야 진정한 교류·화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봅니다. 남과 북이 서로를 알아가는 데 이 소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문학평론가 이경철은 이 책의 추천사로 "오늘날 북한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생생하게 담아냈다. 관념적인 분단소설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남북합작소설 같은 작품이다"라고 평했다.

360쪽. 1만3천원.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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