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도 시진핑처럼 '종신집권' 노릴까…차기대선 벌써 주목

입력 2018-03-19 09:04
푸틴도 시진핑처럼 '종신집권' 노릴까…차기대선 벌써 주목

권좌 내놓거나 수렴청정·종신집권 개헌 등 시나리오 거론돼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지난 18일(현지시간) 치러진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압도적인 득표율로 임기 4기를 예약한 가운데 마땅한 후계자나 대항마가 없어 벌써 6년 임기가 끝나는 2024년 대선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AFP통신에 따르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권 4기를 마친 푸틴이 권좌에서 물러나거나 측근을 대통령으로 밀고 자신은 다른 역할을 수행하며 수렴청정할 가능성, 다시 대선에 출마해 사실상 종신 집권하는 등의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현재 러시아 헌법에 따르면 푸틴은 4기 임기가 끝나는 2024년 5번째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러시아 헌법은 대통령의 3연임을 금지해 2024년 72세가 되는 푸틴이 24년 장기집권을 마치고 후계자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줄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 정계는 테크노크라트(technocrat·기술관료)와 정보기관, 군, 검찰 등 권력기관 출신 고위 관료인 '실로비키'로 양분돼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 정치분석가 니콜라이 페트로프는 "이미 세력 다툼이 진행되고 있다"며 "아무도 잠자코 기다리지 않을 것이며 양측은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푸틴은 최근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000년부터 후계자에 대해 생각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그것(후계자)에 대해 생각하는 게 해가 될 것은 없으나 최종적인 결정은 러시아 국민이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푸틴이 줄곧 자신에 대항할 만한 인물의 등장을 막는 바람에 현재 그의 뒤를 이을 만큼 정치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은 없으며 전문가들은 6년 임기 뒤 푸틴이 권좌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푸틴이 2024년 이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더라도 다른 직함을 갖고 권력을 유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푸틴은 2008년 헌법의 3연임 금지 조항에 밀려 총리로 물러나면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내세워 영향력을 행사하다 6년 뒤 다시 대통령에 취임했었다.

페트로프는 "푸틴이 권력 이양을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에게서 또 다른 대통령으로 이양이 아닌 푸틴에게서 다른 직함을 지닌 푸틴으로 이양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AFP는 그러나 푸틴이 메드베데프에 이어 다시 대통령에 취임할 당시 모스크바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는 대안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의 나이도 이 시나리오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2024년 취임할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30년이면 푸틴은 78세가 된다.

푸틴이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을 사실상 제도화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선례를 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헌법의 3연임 금지 조항을 폐지하는 개헌을 추진해 종신 집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분석가 드미트리 오레슈킨은 "그가 2024년 권력을 거부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는 자신을 보호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믿기 때문에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레슈킨은 이는 푸틴이 모든 것은 최고 권력자 1인이 결정하는 정치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푸틴은 종신집권을 추진할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푸틴은 NBC와의 인터뷰 당시 "나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헌법을 개정한 적이 없으며 현재 그럴 의도도 없다"고 못 박았다.

오레슈킨도 푸틴은 종신집권을 위해 개헌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어 하지 않으며 그가 종신 집권하게 된다면 중국보다는 "더 품격있게"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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