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개헌발의 앞두고 치고받는 여야…막판 수싸움 본격화
민주, 대통령에 개헌발의 닷새 연기요청…6월 개헌투표 압박 강화
한국당 "다른 야당도 대통령 발의 반대"…6월 발의로 개헌성사 강조
정 의장-여야 3당, 내일 회동…정 의장 "개헌 본질은 시기·주체 아닌 내용"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배영경 기자 = 6·13 지방선거에서의 국민투표를 목표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가 임박하자 개헌 시기 및 내용을 놓고 여야 간 막판 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선 개헌안 발의 주체 및 개헌 시기를 놓고 여야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실시에 반대해온 자유한국당이 지난 16일 '6월 임시국회 개헌안 발의'를 제안,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제동을 걸고 나선 데서 비롯됐다.
당장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8일 문 대통령에게 21일로 예정된 개헌안 발의 시점을 26일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방선거-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위해 던진 승부수라고 할 수 있다.
한국당이 '국회 주도의 개헌'이라는 공감대와 '6월 개헌안 발의'라는 제안을 고리로 이른바 개헌 야권연대를 꾀하는 듯한 수를 놓자, 민주당이 '닷새 간 추가 개헌 논의'라는 최후통첩을 한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날 6월 개헌 국민투표를 위한 여야 협상에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의 참여를 재차 촉구하고, 26일까지 합의가 안 되면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이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실시'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한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한국당이 집단적 기억상실증에 걸린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시점을 늦추면서도 야당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압박수위를 높였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민주당의 대통령 개헌안 발의 시점 연기요청에 "진정성이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오히려 한국당 외에 다른 야당도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개헌 성사를 위해서는 '6월 여야 합의에 의한 개헌안 발의' 입장을 수용할 것을 민주당에 촉구했다.
주광덕 한국당 개헌특위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야 4당 전체가 대통령의 개헌 발의가 부적절하다고 하는 상황"이라면서 "그런데도 민주당이 대통령 발의를 5일 늦춰달라고 하는 것은 모양 갖추기 차원이지 개헌을 반드시 성사시키고 하는 진정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개헌안 내용을 놓고도 여야는 대치를 이어갔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제시한 '분권형 대통령제 및 책임총리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당의 개헌안은 '분권형 대통령제 외피를 쓴 내각제'라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국민의 의사에도 반하는 것", "국민이 아닌 국회를 위한 개헌"이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한국당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하기 위해서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이번 개헌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다른 야당 역시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지방선거-개헌 동시실시'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민주당의 대통령 개헌안 발의 시점 연기요청에 "대통령이 발의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김철근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당 간 합의가 안 되면 정부 개헌안이 설령 발의돼 국회에 넘어오더라도 통과 가능성이 없다"면서 "결국 '개헌을 하려고 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안 됐다'라는 논리로 지방선거 프레임을 짜려는 꼼수"라고 말했다.
또 정부의 개헌안 내용에 대해서도 "권한 축소형 개헌이 아니라 임기 연장형 개헌"(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라면서 비판했다.
민주당에 우호적인 평화당과 정의당 역시 개헌 문제에서 만큼은 한국당과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두 당의 이 같은 입장은 개헌 성사를 의식하는 동시에 선거제도 개편 문제를 군소야당에 유리하게 풀어가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간담회에서 "개헌은 개헌이고 선거제도는 선거제도"라면서 "선거제도 협상을 개헌 투표일에 연계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평화당과 정의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여야가 개헌투표 시기와 내용을 놓고 전방위적으로 대립하는 가운데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19일 정례회동을 한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만나는 것은 지난 14일 이후 처음으로, 이날부터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전까지 막판 개헌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여야 간 입장차를 고려할 때 대통령 발의 전까지 국회 차원의 합의를 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와 관련,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7일 '내용 합의를 전제로 한 개헌투표 시기 조절'을 차선책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정 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개헌의 본질은 내용으로 이제는 권력분산 방안을 포함한 구체적 개헌의 내용이 나와야 한다"면서 "지금 단계에서 개헌 시기와 주체 문제로 갑론을박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상의 시나리오는 대통령 발의 전 국회 합의안이 나오는 것이지만 대통령 발의 후에도 국회의 노력은 멈춰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국회 차원의 합의안이 도출되면 대통령과 정부에 국회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YNAPHOTO path='AKR20180318048500001_01_i.jpg' id='AKR20180318048500001_0101' title='' caption=''/>
solec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