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평화·정의당 공동 교섭단체, 생산적 국회 이끌기를

입력 2018-03-18 17:22
[연합시론] 평화·정의당 공동 교섭단체, 생산적 국회 이끌기를

(서울=연합뉴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 같다. 정의당이 17일 당의 최고 의결기구인 전국위원회를 열어, 평화당과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협상에 나서기로 결의했기 때문이다. 정의당 지도부는 지난 11일 의원총회에서 평화당과의 공동교섭단체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당원들을 설득해 왔다. 이미 평화당은 지난 5일 소속의원·지역위원장·핵심당직자 워크숍을 열어 정의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기로 당론을 확정한 바 있다. 양당은 오는 20일 평화당 장병원 원내대표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등이 참여하는 원내대표단회의를 열어 공동교섭단체를 대표할 원내대표,국회상임위원장 자리 배분 등을 놓고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정치적 지향점과 정체성이 다른 두 정당이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08년 비교섭단체였던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선진과 창조모임'이라는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해 1년여간 활동했다. 당시 보수정당이던 자유선진당과 진보 성향의 창조한국당이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한 이유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비교섭단체로서의 정치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공동교섭단체 구성이 우리 정당사에 흔치 않은 정치실험인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정체성이 다른 평화당과 정의당이 공동교섭단체를 추진하는 것 자체가 정략적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공동교섭단체는 합당과 달리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국회법상으로도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국회법 제33조(교섭단체) 1항에는 '국회에 20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된다. 그러나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지 아니하는 20인 이상의 의원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교섭단체 구성 추진은 철저하게 교섭단체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회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볼 수 있다. 당장 두 당은 문재인 대통령 주도의 정부 개헌안 발의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선거구제 개편과 연결된 개헌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국회 주도의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는 현실인식에 기초하는 것으로 보인다. 양당은 현행 선거제도가 거대 정당에 유리하게 돼 있다고 보고 국회의원과 광역의원 선거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평화당과 정의당이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되면 6월에 시작되는 20대 국회 하반기부터 국회운영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소속의원이 14명인 평화당과 6명인 정의당이 교섭단체를 꾸리면 20석의 제4 교섭단체가 성립된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현재의 3개 교섭단체 체제가 4개 교섭단체 체재로 재편된다. 바른미래당이 단독으로 행사했던 캐스팅보트 역할도 공동 교섭단체의 등장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상임위 운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섭단체 간사도 상임위별로 4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은 원내 의석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평화당과 정의당이 그동안 대북정책, 경제정책 등 정치노선에서 '친여(親與)' 성향을 보여온 점으로 미뤄 국회 교섭단체 지형이 '범여 2개', '범야 2개'로 양분될 수 있다. 공교롭게도 범여와 범야 진영에 속하는 의석수도 엇비슷하다. 6·1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재보궐 선거가 끝나야 범여와 범야 간 우열이 드러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4개 교섭단체 체제는 국회운영을 복잡하게 할 수도 있지만, 정치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기에 따라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반대로 당리당략에 따른 국회운영의 비효율성을 심화할 수도 있다. 20대 국회 하반기의 시작과 함께 새로 전개될 4당 체제에서 각 정당이 정치력을 발휘해 국회가 생산적 협치의 장이 되도록 힘써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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