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번엔 FBI 부국장 전격 해고…정가 후폭풍(종합)

입력 2018-03-18 17:26
트럼프, 이번엔 FBI 부국장 전격 해고…정가 후폭풍(종합)

'정적' 매케이브 연금박탈…'러시아 스캔들' 특검수사 영향 주목

트럼프 측 "마녀사냥…수사 중단해야"…민주 등 강력 반발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김연숙 기자 = 미국 법무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온 앤드루 매케이브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을 공식퇴임 하루 전날 전격 해고하면서 비판론이 무성하다.

오랜 불화를 겪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트윗 해고'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법무부를 통해 '눈엣가시'이자 '정적'이었던 매케이브의 연금을 박탈하고 16일(현지시간) 이를 공개적으로 환영하는 트윗을 올리자 당사자인 매케이브는 물론 야당인 민주당 등에서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법무부는 전날 '승인 없이 언론에 정보를 유출했다'는 등의 내부감사 결과를 들어 매케이브를 해고했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조여오는 와중에 FBI 2인자를, 그것도 퇴임 날짜를 불과 26시간 앞두고 전격 해고함으로써 연금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한 것이다.

1996년부터 FBI에 몸담은 베테랑인 매케이브 부국장은 2016년 미 대선 기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수사를 맡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틀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그를 '힐러리 봐주기 수사'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해왔고, 지난해 말부터는 노골적으로 사퇴를 요구해왔다.

특히 매케이브 부인이 2015년 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민주당 측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강조하면서 '매케이브-클린턴 유착설'을 거듭 제기해왔다.

이처럼 '눈엣가시' 같았던 매케이브 부국장의 해고 소식이 전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심야에 남긴 트윗에서 "FBI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 위대한 날 - 민주주의를 위해 위대한 날"이라고 환영했다.

그는 이어 "하원 정보위가 결론 내렸듯,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에 공모는 없었다"며 "그러나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FBI 고위급에서 엄청난 정보유출과 거짓말, 부패가 있었다"며 FBI를 정면으로 겨냥, 공격을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트윗에서 "공모도 범죄도 없었으므로 뮬러 특검의 수사는 결코 시작돼선 안되는 것이었다"며 "부정직한 힐러리와 민주당전국위원회(DNC)로부터 돈을 받고 작성된 가짜 서류와 사기적인 행위들에 기반한 수사다. 마녀사냥!"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 측도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 중단을 주장하며 반격에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존 다우드 변호사는 인터넷 매체 데일리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특검 감독 권한을 가진)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차관이 FBI 산하 법무책임실(OPR)과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의 훌륭하고 용기 있는 선례를 따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세션스 장관이 일찌감치 특검 수사에서 손을 뗀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 "매케이브의 상관인 코미의 거짓 자료에 근거해 시작된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매케이브와 FBI, 민주당 측은 폭발 직전의 분위기다.

매케이브는 성명을 내고 "뮬러의 특검 수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나를 말살하려는 것"이라며 "특검의 진실규명 노력과 FBI 조직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 선포"라고 비난했다.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트위터 계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무절제와 부도덕, 정치적 부패의 극단을 보여줌으로써 역사의 쓰레기통 속에서 불명예스러운 선동정치가로 전락했다"고 정면 비판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이었던 에릭 홀더도 트위터 글에서 "갈수록 변덕스러워지는 대통령을 즐겁게 하려고 법무부마저 독립성을 타협했다. 위험한 일"이라고 가세했다.

하원 정보위의 민주당 의원들도 강력 반발했다. 애덤 쉬프(캘리포니아) 민주당 간사는 트위터 계정에서 "법무부의 결정은 끔찍한 오점을 남겼다"고 했고, 호아킨 카스트로(텍사스) 의원도 "맹목적 충성파인 '예스맨'이 아니면 누구든 축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에릭 스왈웰(캘리포니아) 의원도 트위터 계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내통 의혹 조사에 관여된 어떤 사람이든 벌을 주려는 것이다. 강력히 맞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케이브가 코미 전 국장 해임 후인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대화 내용을 기록한 '매케이브 메모'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코미 전 국장이 내달 중순 회고록을 펼 예정이어서 추가 폭로가 있을 경우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코미 전 국장은 매케이브의 경질 후인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 미국 사람들은 곧 나의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라며 "그들은 누가 정직한지, 누가 정직하지 않은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수사중단 압력을 받았다는, '코미 메모'를 근거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회고록 '더 높은 충성(A Higher Loyalty)'의 내달 17일 출간을 앞두고 한 말이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