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암살시도' 반격 나선 러시아…영국 외교관 23명 맞추방(종합3보)

입력 2018-03-17 23:27
'스파이 암살시도' 반격 나선 러시아…영국 외교관 23명 맞추방(종합3보)

상트페테르부르크 영국 총영사관 폐쇄, 영국문화원 활동도 중단

러 "영국 비우호 움직임 계속되면 추가조치" vs 영 "내주 추가 대응 논의"



(모스크바·런던=연합뉴스) 유철종 박대한 특파원 =영국이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 책임을 묻기 위해 러시아 외교관 추방 등의 제재를 가하자 러시아가 맞대응에 나섰다.

이에 따라 양국 간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본격적인 신냉전 시기에 돌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간) 타스·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모스크바 외무부로 로리 브리스토 영국 대사를 초치해 영국에 대한 맞제재 조치를 담은 외교 문서를 전달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후 보도문에서 "모스크바 주재 영국 대사관 직원 23명을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 추방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영국과 마찬가지로 이들 외교관에게 모스크바를 떠나기까지 1주일의 시한을 주기로 했다.

외무부는 이어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영국 총영사관 개설 및 운영 동의를 철회한다"면서 총영사관 폐쇄를 명령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영국 총영사관은 지난 1992년부터 운영돼 왔다.

이밖에 러시아에 있는 영국문화원 활동을 중단시키는 조치도 취했다. 러시아 측은 영국문화원이 러시아 내에서 첩보 활동을 벌여왔다고 보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외무부는 이같은 대응 조치가 "솔즈베리 사건과 관련한 영국 측의 도발적 행동과 근거없는 대러 비난에 대한 대응으로 취해졌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비우호적 행동이 추가로 나올 경우 러시아는 다른 대응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갖고 있음을 영국 측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영국에 기밀을 넘긴 혐의로 수감 생활을 하다 죄수 맞교환으로 풀려난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이 지난 4일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번 암살 시도에 러시아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이 사용된 데 대해 러시아 정부가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자 런던 주재 러시아 외교관 23명 추방, 영국 입국 러시아인과 화물에 대한 검색 강화, 고위급 인사의 러시아 월드컵 불참, 러시아 자산 동결 검토 등을 뼈대로 하는 제재를 발표했다.

영국의 제재에 러시아가 한 치 양보 없이 맞대응하면서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브리스토 대사는 초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위기는 러시아가 개발한 화학 무기를 사용해 두 명의 살해 시도가 이뤄진 데 따른 것"이라며 영국은 러시아에 소명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해 외교관 추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브리스토 대사는 "영국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언제나 필요한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이날 보수당의 춘계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러시아의 반응은 영국 땅에서 두 명의 살해 시도와 관련해 러시아 정부가 비난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바꾸지 못한다"면서 "우리는 러시아 정부가 영국 국민이나 영토에 있는 이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것을 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노골적으로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면서 "다음 대응 방안을 수일 내에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엿다.

메이 총리는 그러나 "러시아 국민들과는 아무런 다툼이 없다"고 강조했다.

영국 외무부 역시 러시아 발표 이후 공식 성명을 내고 "러시아는 그들의 행동에 대한 설명을 내놓고 국제적 의무를 준수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러시아의 외교관 추방 조치 등을 이미 예견했었다며 다음주 초 국가안보위원회를 열어 러시아에 대한 추가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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