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군 쿠르드 병원 폭격에 임신부 숨져…20만명 '엑소더스'"(종합)

입력 2018-03-17 21:14
"터키군 쿠르드 병원 폭격에 임신부 숨져…20만명 '엑소더스'"(종합)

모니터단체·적신월사 "포탄이 병원 정확히 타격"…"아프린서 이틀새 60명 사망"

터키정부는 병원 공격 부인…"수도 동쪽 포위지역서도 민간인 피해 속출"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시리아 북서부에 있는 쿠르드 병원이 터키군의 폭격을 당해 입원 중인 임신부들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공습은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16일(현지시간) 터키군 포탄이 시리아 아프린의 병원에 떨어져 환자를 비롯한 민간인 16명이 한 곳에서 숨졌다고 보고했다.

시리아 북부 쿠르드 적신월사(赤新月社, 적십자에 해당하는 이슬람권 단체)도 아프린에서 병원이 공격 목표물이 된 사실을 외신에 확인했다. 적신월사는 인명피해 정보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포탄이 정확하게 병원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숨진 환자 중에는 임신부 2명도 포함됐다고 이 단체는 전했다.

16일과 17일 터키군의 공습으로 각각 43명과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터키군의 공격이 시작된 이래 아프린 주민 280명 이상이 희생됐다.



아프린은 도시 남쪽에 피란민에 열린 통로 1곳을 제외하고는 터키군에 포위됐다.

도심 북쪽에서는 시내 중심으로 진입하려는 터키군 진영과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진행 중이다.

아프린 병원 경영진에 따르면 도시 내부는 전기와 통신이 거의 끊겼으며, 물과 식량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

아프린에서 시리아군 관할지역으로 연결되는 통로에는 피란민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사흘간 아프린에서 20만명이 탈출했다고 집계했다.

17일 오전에만 5만명이 쏟아져 나왔다.

터키군의 군사작전이 전개되기 전까지 아프린에는 쿠르드계 정주민과 아랍·소수민족 피란민 등 35만∼70만명이 거주한 것으로 추산된다.

시리아인권관측소의 라미 압델 라흐만 대표는 "아프린 상황은 공포"라고 말했다.



아프린 전선의 상황은 수도 다마스쿠스 부근 반군 지역 동(東)구타 이상으로 심각하나 국제사회에서 아프린 전선에 관한 비판과 우려는 상대적으로 잠잠한 편이다.

동구타에서 이틀간 1만5천명 가량이 탈출한 것과 비교해도 '아프린 엑소더스' 규모가 훨씬 크다.

터키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인 반면에, 나라가 없는 쿠르드를 대변하는 주체는 없는 실정이다. 유럽은 난민송환협정을 체결한 후 터키 비판을 자제하고 있다.

유럽의회가 15일 구속력 없는 결의를 채택하며 터키에 시리아 철군을 요청했으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즉시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리면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터키는 올해 1월 아프린에서 YPG를 몰아내는 군사작전을 전개했다.

터키는 자국의 쿠르드 분리주의를 자극할 수 있는 쿠르드 세력 확장을 최대 안보 위협으로 인식한다.

터키군은 소셜미디어 계정에 "민간인과 무고한 인명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병원 공격 보도를 부인했다.



한편 다마스쿠스 동쪽 동구타에서도 사망자가 속출하고, 피란 행렬이 이어졌다.

17일 반나절 동안에 1만명이 동구타를 벗어났다.

지난 사흘간 4만명이 동구타에서 탈출했다.

이날 동구타 남부 자말카 구역 일대에서 공습으로 민간인 30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날에도 부근 카프르바트나와 사끄바에서 76명이 사망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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