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비행사 DNA가 7% 바뀌었다고?…무지가 빚은 '가짜뉴스'

입력 2018-03-18 09:00
수정 2018-03-18 15:50
우주비행사 DNA가 7% 바뀌었다고?…무지가 빚은 '가짜뉴스'

'DNA 발현'이 변화한 것 오해…"등산 등으로 인한 변화 수준 불과"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국제우주정거장(ISS)에 340일간 체류한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의 유전자 중 7%가 영구적으로 바뀌었다는 오보들이 쏟아져 이번 주 소동이 벌어졌다.

미국의 여러 언론매체가 이번 주 초 NASA 보고를 인용, "우주에 1년 머무는 동안 스콧의 유전자가 변형됐다"고 보도한 것이 발단이다.

해당 매체들은 "2015년 3월 ISS로 가기 전엔 스콧의 일란성 쌍둥이 동생 것과 똑같았으나 귀환 2년 뒤에도 7%가 바뀐 채로 있다"고 전했다.

CNN, 타임, 허핑턴포스트 등 유수 언론사들도 '1년 우주 체류하니 유전자 7% 바뀌어' 식의 보도에 가세하면서 이 놀라운 뉴스는 인터넷을 타고 전 세계로 퍼졌다.

그러나 이는 오보였다. 스콧은 "뭐? 내 DNA가 7% 바뀌었다니! 누가 알았지? 지금 이 기사를 보고서야 나도 알았네"라며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트윗을 달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전학자들도 어안이 벙벙해 하며 잘못된 내용이라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렸다. NASA에는 기자들로부터 이메일과 전화문의가 쏟아졌다.

빛의 속도로 맹렬하게 퍼져나가던 오보는 15일 오후 4시(한국시간 16일 오전 5시) NASA가 설명자료를 발표한 뒤부터 바로잡히기 시작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와 시사지 애틀랜틱 등은 이번 소동은 매체들이 NASA 보고서를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전말을 소개했다. 무지에서 부정확하게 보도한, 본의 아닌 '가짜뉴스'라는 것이다.

스콧의 DNA는 그의 일란성 쌍둥이는 물론 다른 사람들의 DNA와 기본적으로 똑같다. 우주여행 전이나 뒤나 같다.

만약 DNA의 7%가 달라졌다면 스콧은 우주에서 사람이 아닌 원숭이 같은 전혀 다른 생물 종이 되어 돌아온 셈이 된다. 인간과 원숭이는 유전자가 95% 이상, 인간과 더 가까운 침팬지 등은 99% 이상 같다. 초파리도 유전자 60%는 인간과 같다.

스콧의 유전자 자체가 아닌 유전자 '발현'이 달라진 것이다.

동일 종 생물의 세포들엔 똑같은 DNA로 구성된 동일한 유전자가 있다. 유전자마다 생명이 필요로 하는 개개의 임무를 수행한다. 비유하자면 그 임무를 수행하는 방법은 암호화돼 방대한 매뉴얼북(사용편람)의 형태로 유전자 안에 담겨 있다.

이 매뉴얼북은 희귀본이어서 도서관에서 대출이 안 된다. 효소에 의해 RNA라는 복사본을 만드는 방식(RNA 전사과정)으로만 대출된다.

그러면 RNA가 암호화된 매뉴얼을 번역하는 과정을 거쳐 유전적 특성에 따른 생명활동이 실제로 작동한다.

스콧이 우주에 장기간 머물 때도 그의 DNA 자체는 변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 다만 DNA가 전사되고 작동하는 방식에 일부 변화가 있었다.

이런 과정을 'DNA의 발현'이라고 한다. DNA의 발현은 온갖 환경적 요인들에 의해 바뀐다. 따라서 DNA 표현은 동일한 사람에서도 시간이 지나며 달라진다.

일란성 쌍둥이라도 사는 곳의 대기오염도, 스트레스 생활방식, 먹고 마시는 것 등 무수한 조건이 다르고 세월에 따라 축적되므로 DNA 발현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DNA 발현은 후천적 환경에 의해 바뀌고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것처럼 후손에게도 유전되는데 이런 의미에서 '후성' 또는 '후성유전'이라고 한다.

NASA는 우주 장기 체류로 인한 스콧의 DNA 발현 변화의 정도는 생각보다 작은 것이라면서 "예컨대 등산이나 스쿠버를 할 때 받은 자극에 몸이 반응해 변한 규모"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스콧의 DNA 발현 변화는 장기간 무중력과 산소부족에 따른 스트레스, 체내 염증성 반응 증가, 운동부족, 우주식을 먹는 등의 특별한 환경에 따른 것이다.

NASA는 우주공간에 장기간 머문 우주인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검사와 연구를 해왔으며 스콧 쌍둥이 형제 대상 연구의 최종 결과는 올해 말 발표할 예정이다.

NASA는 화성에 유인 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며 이 경우 우주체류 기간이 3년이 넘기 때문에 우주인 몸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주요 연구대상이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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