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모두가 말렸던 장애인팀 창단…배동현 단장이 금메달 만들었다
'소외 종목' 장애인 노르딕스키 실업팀 창단해 물심양면으로 도운 창성건설 배동현 대표
기업의 사회적 의무 모범 사례…장애인들에게 희망과 용기 안겨
(평창=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신의현(38·창성건설)이 금메달을 딴 그 순간, 결승선에서 기다리던 한국 장애인 대표팀 배동현(35) 단장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눈이 빨갛게 충혈될 정도로 눈물을 흘리며 감격에 겨운 듯 말을 잇지 못했다.
배동현 단장은 신의현의 금메달 획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 배창환 회장의 아들인 배동현 단장은 아버지의 권유를 받아 지난 2015년 민간 기업으로는 최초로 장애인 노르딕스키 실업팀을 창단했다.
비인기 종목인 장애인 노르딕스키 팀을 창단한 건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행해야 한다는 일념에서였다.
주변에선 비용만 들어가는 '돈 먹는 하마'라며 만류했지만, 배 단장은 굳은 결심으로 자기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그는 사회에서 소외당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물심양면으로 선수들을 도왔다.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노르딕스키 월드컵 대회마다 직접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했고, 사비를 들여 지원했다.
배 단장은 "내가 선수들을 도운 게 아니라 선수들이 나를 도운 것"이라며 "선수들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고, 삶의 가치를 곱씹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저조한 성적을 거둘 때도 배 단장은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묵묵히 뒤에서 선수들을 응원하며 진심 어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배 단장은 일찌감치 두둑한 거액의 포상금을 선수들에게 약속하며 팀 분위기를 이끌었다.
경기 관전을 원하는 선수 가족에게는 강릉 특급호텔 객실을 예약해주는 등 가족들도 살뜰히 챙겼다.
선수들은 배동현 단장이 없었다면 꿈을 이룰 수 있는 무대조차 가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르딕스키 여자 대표팀 이도연(46)은 "선수들의 작은 부분까지도 헤아려 주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17일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남자 크로스컨트리 7.5㎞ 좌식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신의현도 우승 소감을 말하면서 배동현 단장의 이름을 빼먹지 않았다.
신의현은 "배 단장님이 없었다면 노르딕스키를 시작도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 절단 장애를 가진 신의현은 2015년 8월 창성건설 장애인노르딕스키팀이 창설하면서 종목을 전향했다.
안정적인 수입이 생긴 신의현은 마음을 편하게 먹고 운동에만 열중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신의현은 금메달을 목에 걸며 수많은 장애인에게 많은 용기와 희망을 안겼다.
용기와 희망의 원천엔 배동현 단장의 땀방울이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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