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썰매하키 '캡틴' 한민수 "은퇴해 지도자로 새로운 삶"

입력 2018-03-17 15:15
[패럴림픽] 썰매하키 '캡틴' 한민수 "은퇴해 지도자로 새로운 삶"

"박수칠 때 떠난다…메달 땄으니 금메달 따는 밑거름 될 것으로 기대"

동메달 세리머니 때 아이스링크로 내려온 문재인 대통령과 포옹 나눠



(강릉=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메달을 따지 못했어도 은퇴하려고 했는데, 후배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승리해 좋은 선물을 준 것 같다.'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주장인 한민수(48·강원도청)는 17일 이탈리아와의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3-4위 결정전에서 한국이 1-0으로 이겨 동메달을 따내자 홀가분하게 떠나게 된 것에 감사함을 전했다.

한민수는 동메달이 확정된 후 '울보'라는 별명처럼 메달 획득에 감격을 눈물을 흘렸다.

선수들을 격려하려고 아이스링크로 내려온 문재인 대통령과는 포옹을 나누며 감격해 하기도 했다.



두 살 때 침을 잘못 맞아 생긴 관절염이 악화해 결국 서른 살에 왼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던 한민수는 18년 전 아이스하키를 처음 접한 후 인생이 바뀌었다.

2000년 우리나라에 장애인 아이스하키를 도입한 고(故) 이성근 감독의 권유로 아이스하키에 입문했던 것.

이후 한국 장애인 썰매하키의 역사를 써왔고, 고별 무대에서 한국 패럴림픽 출전 사상 첫 메달을 수확하는 감격을 맛봤다.

한민수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현역 생활을 접고 지도자로 나설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박수를 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지금은 이제 선수 생활을 그만둘 때가 됐다"면서 "대신 지도자 준비를 하려고 한다. 끝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듯이 장애인 선수 출신의 첫 지도자가 돼서 후배들에게 기술을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민수는 2006년 강원도청이 실업팀을 창단하면서 원년 멤버로 시작해 한국 장애인 썰매하키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어왔다.

한국은 2010년 밴쿠버 대회 때 6위에 올랐고, 2014년 소치 대회에서는 7위에 랭크되는 등 짧은 역사에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그리고 안방에서 열린 이번 평창 대회에서 마침내 첫 메달을 수확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 밑바탕에는 대표팀의 주축이자 후배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한민수의 역할이 컸다.

한민수는 "오늘 이탈리아와 동메달 결정전은 부담이 많이 돼서 어젯밤 잠을 설쳤다"면서 "우리가 3피리어드 막판 골을 넣었을 때 남은 2분여가 1시간 넘게 느껴졌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서로가 격려하며 버텨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동메달을 맛을 봤으니 금메달을 따는 일만 남았다"면서 "이번의 소중한 경험이 금메달을 따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인 정승환은 한민수에 대해 "한민수 선수는 한국 장애인스키의 전설과도 같은 존재"라면서 "선수로서 수고하고 헌신해왔는데, 지도자로서도 잘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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