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엄마 보고 계시죠" 신의현의 5전 6기…다시 일어나 금메달 땄다
평창패럴림픽 마지막 개인종목 크로스컨트리 7.5㎞에서 감동의 역주
한국 선수단 팀 성적 홀로 짊어지고 필사적으로 골인
(평창=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장애인 노르딕스키 국가대표 신의현(38·창성건설)은 2018 평창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대회를 앞두고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26년의 동계패럴림픽 도전 역사에서 단 한 개의 금메달도 따지 못한 한국 장애인 대표팀은 월드컵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던 신의현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대회 전 대표팀은 평창패럴림픽에서 신의현이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를 획득하고 휠체어 컬링과 장애인 아이스하키가 각각 동메달 1개씩을 목에 걸어 톱10에 들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개인전 메달 후보는 신의현이 유일했다. 사실상 한국의 종합 성적은 신의현에게 달려있었다.
신의현은 무거운 부담을 안고 이번 대회에 임했다.
부담은 독이 됐다. 그는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결합한 바이애슬론 경기에서 연거푸 실수를 범해 메달권에서 벗어났다.
잘 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그의 영점을 흩뜨렸다.
신의현은 11일 크로스컨트리 15㎞에서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웃지 못했다. 그는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매번 메달권 문턱에서 아쉬운 결과를 낸 신의현은 폐회식을 하루 앞둔 17일 마지막 개인전에 나섰다.
사실상 메달을 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남자 7.5㎞ 좌식 경기에 출전해 22분 28초 40의 기록으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막중한 부담과 체력이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도 일궈낸 값진 금메달이다.
신의현은 이번 대회 6종목에서 무려 61.7㎞(페널티코스 포함)를 달렸다.
다른 선수들은 메달 획득 가능성이 비교적 큰 주력 종목에 집중하기 위해 몇몇 종목은 기권하며 페이스 조절을 했는데, 신의현은 전 종목에서 모든 힘을 쏟아내며 국민에게 많은 감동을 안겼다.
다른 선수들보다 불리한 조건에서도 신의현은 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에서 그토록 기다리던 금메달을 획득했다.
신의현은 한국 동계패럴림픽 도전사에 한 획을 긋기까지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는 대학교 졸업을 앞둔 2006년 2월,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하루아침에 혼자 힘으론 거동도 못 하는 장애인이 되자 그는 식음을 전폐하며 3년간 피폐한 삶을 살았다.
그를 일으켜 세운 건 가족이었다.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아버지 신만균 씨, 아들의 하지 절단 동의서에 이름을 적는 순간에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강한 엄마 이회갑 씨, 베트남에서 시집와 남편의 도전에 가장 큰 힘을 불어넣은 아내 김희선 씨, 그리고 딸 은겸양과 아들 병철 군을 바라보며 신의현은 희망을 찾았다.
그는 각종 장애인 스포츠를 섭렵하며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2015년엔 민간기업 최초의 장애인 실업팀인 창성건설 노르딕스키 팀에 합류한 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장애인 노르딕스키 선수가 됐다.
창성건설 대표인 배동현 선수단장은 신의현의 평창패럴림픽 준비를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금메달 획득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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