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공들여도 어획량 해마다 감소…헛심 쓴 빙어 인공수정

입력 2018-03-19 08:15
30년 공들여도 어획량 해마다 감소…헛심 쓴 빙어 인공수정

대청호·충주호에 수정란 퍼트렸지만 성과 없고 어민도 외면

서식환경 개선하려면 포식자 블루길·배스 솎아내기가 우선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대청·충주호를 비롯한 충북지역 호수와 저수지에는 '은빛 요정'이라고 불리는 빙어가 산다. 행정당국이 인공부화 등으로 줄기차게 어장을 관리한 결과다.



충북도는 빙어가 어민 소득원인 동시에 관광자원으로서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산란기인 3월이 되면 어미 빙어 알을 채취해 인공수정하는 방식으로 부화를 돕는다.

도는 올해도 대청호에서 포획한 빙어 알 400㎏을 인공수정했다. 수정된 알은 '부화상자'라고 불리는 사각형 나무상자 1만2천개에 담겨 도내 호수와 저수지 35곳에 옮겨졌다.

부화상자 속 빙어 부화율은 50%에 육박해 자연상태(20∼30%)보다 2배가 높다. 올해 생산된 수정란이 1억2천만개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조만간 6천만 마리의 빙어가 새로 태어난다. 도내 호수·저수지마다 빙어 천지가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통계청에서 조사한 충북의 빙어 어획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5년 전 25t에 이르던 어획량이 2014∼2016년 11∼14t을 오르내리다가 작년에는 7t으로 급감했다. 2013년 5천300만원이던 어민 소득도 지난해 2천200만원으로 반토막났다. 공을 들이는 만큼 빙어의 개체수가 불어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물론 실제 어업 현황이 100% 통계에 반영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또 빙어가 낚시체험 등 겨울 관광산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빙어 인공 증식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청호 어민 손학수(73) 씨는 "물속 생태계를 블루길·배스 같은 포식자가 장악하면서 빙어처럼 작은 물고기한테는 매우 척박한 환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몸집 큰 배스의 뱃속에서 손가락만한 물고기 10여마리가 나오기도 한다"며 "인공증식도 중요하지만, 육식성 어종을 솎아내는 게 더 급하다"고 강조했다.

빙어잡이가 겨울철 이뤄지는 힘든 조업인데 비해 큰돈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적으로 서식지가 늘면서 가격이 예전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빙어의 도매가격은 1㎏에 3천∼4천원 정도였다.

빙어잡이를 주로 하는 어민 손승우(48)씨는 "동상까지 걸리면서 힘들여 빙어를 잡아봤자 쏘가리, 메기, 붕어 소득에 못 미친다"며 "얼음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빙어잡이는 어선이 손상을 입는 경우도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당국은 증식사업 효과에 대해 여전히 긍적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도 내수면산업연구소 관계자는 "1984년부터 한해 100개 이상 수정란을 퍼트려 충북 전역에 빙어 어장을 만들었고, 다양한 요리 등이 개발되면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잖다"고 평가했다.

이어 "빙어만 전적으로 잡아 한 해 5t 이상 어획량을 올리는 어민도 있다"며 "어한기 소득치고는 빙어만한 효자가 없다"고 덧붙였다.

빙어는 기후변화 등 환경적 요인에 민감한 어종이다. 태어난 이듬해 산란한 뒤 생을 마감하기 때문에 인공증식 효과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수정란 공급을 중단할 경우 개체 수가 급감하거나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때 대청호 등에 번성했던 은어는 수정란 공급을 중단한 뒤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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