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나거나 죽거나…시리아 동구타·아프린 '아비규환'
"터키·러시아·시리아군 공습에 하루 70명 사망"…이틀간 5만명 내외 피란길
유엔 주재 시리아대사 "하루 4만명 동구타서 탈출"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시리아 양대 전선에서 피란민 행렬이 이틀째 이어지고, 폭격에 사상자가 속출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16일(현지시간) 시리아 북서부 쿠르드 도시 아프린에서 터키군의 공습으로 민간인 22명이 숨졌다고 보고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전날 3만명이 아프린에서 도망쳤으며 이날도 수천명이 추가로 도시를 벗어났다.
아프린은 주민들이 빠져나가는 좁은 통로 일부를 제외하고는 터키군에 포위됐다.
시리아군 관할 지역으로 연결되는 길에는 가족과 이웃을 태우고 짐을 잔뜩 실은 차량과 수레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운송수단이 없는 주민들은 무거운 짐을 메고 진 채 아이들과 함께 걸어서 도시를 빠져나갔다.
터키는 올해 1월 아프린에서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몰아내는 군사작전을 전개했다.
YPG는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을 도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싸웠으나, 터키는 이들을 자국의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분파 테러조직로 여긴다.
이날까지 터키군과 연계 시리아 반군의 공격에 아프린에서 어린이 40여명을 포함해 민간인 약 250명이 목숨을 잃었다.
수도 다마스쿠스 동쪽 동(東)구타 전선에서도 이틀째 대탈출이 벌어졌다.
전날 1만2천명에 이어 이날은 약 5천명이 동구타에서 피란했다고 러시아 매체가 자국 국방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유엔 주재 시리아 대사 바샤르 알자파리는 이날 유엔본부에서 15일 동구타를 벗어난 주민 수가 4만명이라고 주장하며, 시리아와 러시아가 민간인에게 통로를 열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시리아군은 그러나 동구타의 남부 카프르바트나 일대를 맹렬하게 폭격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이날 공격으로 주민 46명이 숨졌다.
이탈 폭격에는 강력한 화염을 내뿜는 무차별 살상무기인 집속탄도 쓰였다고 목격자들이 증언했다.
아프린과 동구타 전선 모두 도심 공습과 포격으로 민간인 희생이 속출하고, 이에 저항하는 반군 조직 또는 쿠르드 민병대의 통제를 벗어난 주민들이 대거 탈출하는 아비규환이 벌어지고 있다.
15일 만 7년을 맞은 시리아내전으로 지금까지 35만∼50만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인구의 절반이 넘는 1천100만명이 국내외로 피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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