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1천마리가 집집마다 둥지…"제비마을 아시나요"
제천 수산면 조형물 세우고 문패 새로 달아 제비 맞이
주민들 "불편하지만 한 식구 같은 제비 안 오면 허전"
(제천=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봄기운이 완연한 요즘 제비 집단 서식지인 충북 제천시 수산면이 진객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하다.
주민들은 제비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세우고 제비를 형상화한 문패로 교체했다. 제비마을다운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다.
수산면은 인구가 170가구 360여명에 불과하고, 주민 대부분이 농사를 짓는 전통적인 시골 마을이다.
겨우내 조용했던 마을은 따스한 봄이 되면 곳곳이 온통 제비들로 넘쳐난다. 제비들은 순식간에 한적했던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제비가 돌아오면 수산면사무소를 기점으로 200m 거리에 이르는 '제비집 거리'가 형성된다.
폭 5∼6m의 좁은 도로를 중심으로 거리에는 미용실과 약국 등 각종 상가와 주택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상가와 주택 벽면에는 많게는 3∼4개씩 제비가 둥지를 튼다.
작년 주민들이 제비 둥지 개수를 직접 조사한 결과 94개에 달했다.
이곳에는 해마다 3월이면 1천마리 이상의 제비가 수산면을 찾아와 터를 잡는다.
'풍경이 있는 제비마을 추진위원회' 권이선 사무국장은 "청정지역인 데다 농민들 대부분 친환경 농사를 지어 곤충이나 식물이 풍부하다"며 "매년 제비들이 수산면에 몰려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몰려온 제비들이 번거롭기도 하지만 주민들은 너그럽게 받아들여 공존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주민 이모(59)씨는 "갑자기 오물을 뒤집어쓰거나 우는 소리에 잠을 설치기도 하지만 한 식구나 다름없는 제비가 없으면 오히려 허전하다"고 말했다.
제비가 마을의 상징이 되면서 2015년에는 주민들이 집집이 제비의 문패를 만들어 달기도 했다.
건설일을 하는 주민이 사는 집에는 '건축 제비', 복을 부르는 제비를 표현한 '다복 제비' 등 독특한 문패가 화제가 되면서 외지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주민들은 작년 풍경이 있는 제비마을 추진위원회도 구성, 마을 중심부에 제비를 상징하는 조형물도 설치했다.
어미 제비가 먹이인 산수유를 새끼들에게 물어다 주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위원회는 또 주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제비 오물을 받아낼 수 있는 거치대도 준비하는 등 봄과 함께 찾아올 제비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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